한국교회 갈등 벗어나려면… 소모적 논쟁 줄이고 소통하자

입력 2010-01-21 18:55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해놓고 욕만 실컷 얻어먹고 있다.” 교육과 복지, 의료, 봉사, 인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개독교’라는 프레임에 걸려 당혹스러워하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공통된 푸념이다. 안티 기독교 세력은 2000년대부터 일부 교회의 리더십 이양과 재정문제, 교회 건축 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소위 교회개혁을 주창한 인사들은 성명서를 발표한 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뉴스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언론 인터뷰까지 나서는 ‘1인 3역’으로 문제를 확대 재생산했다. 이들의 주장은 반기독교 정서와 상승효과를 보이며 안티 기독교 세력에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

문제는 성령의 임재를 통한 교회 갱신이 아니라 메마른 경건주의, 배려 없는 개혁운동이 교회의 이미지를 무참히 깎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를 민주화 투쟁의 장으로 인식하는 ‘개혁’의 논리 속엔 교회를 해치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보쿰대학교에서 교회개혁을 전공한 지형은 성락교회 목사는 “교회 타도라는 분명한 의도와 자금력, 운동력을 지닌 안티 기독교 세력이 한국사회에 ‘커밍아웃’을 한 것은 2000년대 넘어서부터”라면서 “교회 내 개혁세력이 분명한 정당성과 최종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면 당연히 이들에게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 목사는 “17·18세기 필립 야콥 스페너 목사가 독일을 중심으로 벌인 경건주의 운동은 제2의 종교개혁이라 불릴 정도로 교회갱신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서 “이처럼 세계교회사에서 진정한 개혁은 교회를 뜨겁게 사랑한 사람들에 의해 진행됐듯이 지금부터 한국교회는 몸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현실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교회는 용산참사의 중재자 역할을 해내면서 큰 자신감을 얻었다. 마침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독교의 대사회 활동이 타 종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종합사회복지관 414개 중 45%, 지역아동센터 3013개 중 53%, 종교법인이 운영하는 사립학교 361개 중 71%를 한국교회가 감당하고 있었다.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교회희망연대가 통합을 성사하고 단일창구로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청신호’다. 아이티 지진 참사 구호활동만 보더라도 제일 먼저 재난 현장을 달려간 것은 교회와 기독교 NGO들이었다. 이미 그곳엔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국내에서 들어간 언론과 단체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냈다.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역사신학을 전공한 조병호 성경통독원 대표는 “교회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어느 한 목소리가 다른 부분을 압도할 때 득보다 실이 많게 된다”면서 “한국교회가 힘을 축적하고 균형감각을 가질 때 존재가치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두고 에너지를 모아 소통에 주력할 때다. 더 이상 대안 없는 비난과 자기 의에 빠진 비판으로 한국교회 내부에서 힘을 뺄 상황이 아니다. 노예제도를 폐지한 윌리엄 윌버포스, 소외계층을 돌보기 위해 구세군을 창시한 윌리엄 부스, 위대한 복음전도자로 정치계에 영향력을 미쳤던 빌리 그레이엄처럼 시대의 사명을 진지하게 감당하자.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