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언론정책 ‘뒷걸음’… 오보·추측성 보도 기자 청사 출입제한 등 수사공보 준칙 개선안 마련
입력 2010-01-21 18:43
법무부가 오보나 추측성 보도를 한 기자를 청사 밖으로 내쫓거나 브리핑에 참석할 수 없도록 하는 안을 마련해 빈축을 사고 있다.
법무부는 21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을 마련해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보준칙에 따르면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장은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한 기자에 대해 브리핑 참석이나 청사 출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수사과정에 있는 사건 관계인을 청사 내에서 촬영하거나 녹화, 중계방송한 기자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어떤 보도가 오보이고 추측성 보도인지에 대한 기준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오보나 추측성 보도로 간주한 뒤 기자를 내쫓을 우려가 있다.
공보준칙은 또 수사보안을 명분으로 검사 및 수사관과 기자의 접촉을 전면 금지했다. 공보 담당관이 아닌 사건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할 경우 감찰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이는 2007년 5월 참여정부가 마련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정부는 대언론 서비스 강화를 명목으로 기자실을 폐쇄한 뒤 기자의 사무실 방문을 전면 금지하고 국장급 이하 공무원 접촉도 금지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에도 오보나 추측성 보도를 이유로 기자를 내쫓는 안은 없어 법무부 안이 더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검찰 수사관이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억대의 술 접대를 받은 일이 대검찰청 감찰부에 적발된 것과 조사과정에서 수사관이 피의자의 여자관계를 부인과 딸에게 묻는 부적절한 행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와 검사와의 접촉을 막는 것은 언론 감시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와는 별도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치안감급 이상 경찰 등이 연루된 사건은 실명으로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정작 검사장급 이상 검사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 브리핑을 구두방식에서 서면방식으로 바꾸고 긴급한 경우 예외적으로 구두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소 전에는 수사내용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수사에 지장을 주는 중대한 오보 방지, 범인 검거 및 중요한 증거 발견 등에 한해서만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사공보제도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방안을 논의했다.
정재철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오보로 간주한 뒤 징계할 수 있도록 한 방안은 황당하다”며 “심지어 민주국가에서 오보를 했다고 기자를 내쫓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보준칙이 논란을 빚자 “기자 징계는 기자들과 협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제훈 임성수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