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당당하고 의연하게”-법원 “사태추이 지켜보자”
입력 2010-01-21 21:35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검사회의 석상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이 의연하게 대처할것을 강조했다. 반면 법원은 대응을 철저히 자제하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해 대조를 이뤘다.
김 총장은 21일 대검찰청과 전국 18개 지검을 화상으로 연결한 전국 검사회의에서 “주변 국면이 어수선하지만 우리 검찰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나갔으면 한다”며 “검찰에 주어진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꾸준히 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또 “이번 화상회의를 통해 전국 검사가 하나가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갈등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조직적인 차원에서 ‘장기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비친다.
검사회의는 초반 10분간을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근 법원과의 갈등에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한다는 방침에 따라 직접적인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총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지난주 이번주 복잡하지만 바르게 반듯하게 가자”고 한 뒤 “기운이 검찰 쪽에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오찬 석상에서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우공이산은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검찰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을 털어내고 꿋꿋하게 본연의 업무에 매진하며 힘찬 새해를 맞이하자는 차원에서 덕담으로 건넨 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이날 내린 지시를 통해 “최근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이 많이 걱정스러워하고 있고, 검찰도 일부 법원의 판결 등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갈등 상황에 대해 일정 부분 검찰 입장을 옹호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 속에서 사태를 주시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미소만 보였을 뿐 즉답을 피했다. 일선 법관들도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들은 정치적 이슈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와 같은 집단적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
신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