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단독 재판’ 비판과 반박

입력 2010-01-21 21:34


한나라 “경륜있는 판사로 편향 시각 막아야”

판사들 “하급심 논란은 3심제서 당연한 현상”


사회·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잇따라 파장을 일으키자 여당이 작심한 듯 사법부 공격에 나섰다. 강기갑 의원 무죄, 국회에서 농성한 민주노동당 당직자 공소기각, MBC PD수첩 제작진 무죄 판결을 한 형사 단독재판부와 우리법연구회가 주 공격 대상이다.

◇한나라당, 단독재판부 정면 공격=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륜 없는 젊은 법관이 단독재판이라는 칼을 쥐어선 안 되겠다. 사법의 횡포가 너무나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PD수첩 제작진 무죄 판결에 대해 “경력 10년밖에 되지 않은 단독판사가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어버렸다” “상급법원의 판단까지 무시한다”고 격분했다.

한나라당 주장의 골자는 젊은 단독판사 일부가 경륜과 경험이 부족하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만큼 단독재판부는 부장판사 이상이 맡아 ‘튀는 판결’을 막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고등법원의 민사 판결과 정반대 결론이 내려진 PD수첩 제작진 무죄 선고를 단독판사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들면서 단독재판부는 부장판사 이상의 경력이 있는 판사가 맡도록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단독재판부 공격 근거는=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 진영의 단독재판부 공세 근거는 국회 점거 민주노동당 당직자 공소기각 등 지난 연말부터 ‘문제가 된’ 판결이 모두 형사 단독판사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최근 공무원의 시국사건 참여 사건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던 재판부 역시 형사 단독판사였다. 거의 같은 사안인데도 재판부별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게 여당 주장이다.

단독재판부는 통상적으로 경력 5∼15년의 비교적 젊은 판사 한 명이 재판을 맡는다.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등 3명으로 구성되는 합의부와 다르다. 단독판사를 비난하는 쪽은 경험 없는 판사들이 혼자 심리를 진행하고 젊은 법관끼리만 소통해 편향된 판결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검찰 관계자도 “튀는 사람은 아무도 견제할 수 없고, 잘못된 판결을 계속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달리 단독판사는 본인이 혼자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자칫 자신만의 논리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단독재판부의 문제 아니다=그러나 판사들은 주요 사건을 단독재판부가 아닌 합의부로 배당하는 것 자체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엄격히 정해진 사건 배당 기준을 무시하고 특정 사건을 임의로 배당한다면 사법부가 정치권과 언론의 간섭을 받게 된다는 논리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중요 사건인지를 재판부가 판단하는 순간 사법권 독립은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건 배당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등 규모가 큰 법원에선 부장판사가 단독판사를 맡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판사는 “단독판사도 40대가 많다”며 선고 결과를 판사의 성향과 결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판사들은 아울러 하급심에서 엇갈리는 판결은 3심제를 채택하는 우리 사법 제도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다양한 견해들이 대법원으로 수렴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다른 법원 관계자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당연히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양진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