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설립취지 무시한 종교교육 제한 부당”

입력 2010-01-21 18:44


미션스쿨 종교자유 논란 ‘강의석 사건’ 공개변론

‘종교교육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가 대법원에서 맞붙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사립학교 내 종교의 자유문제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고 본격 심리에 돌입했다. 원고인 강의석(24)씨는 기독교재단인 대광고 3학년이던 2004년 “학교의 일방적인 강요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를 강제로 배정하는 고교 평준화 제도가 사립학교의 종교 교육 자유를 침해하는지와 학교의 강제적인 종교 수업이 학생들의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쟁점이다.

학교 측 변호인은 “선교라는 교육 목적과 설립 이념을 가진 사학의 설립을 인가하면서 교육의 본질인 종교 교육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의 간섭은 학력 인정에 필요한 교육이 충실한지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씨의 변호인은 “고교생은 신학생들과 달리 학교의 교육 방침을 모두 존중하는 상황에서 입학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앙을 강요하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립학교의 자주성, 설립 의도와 목적은 존중돼야 하지만 사학 설립 취지와 맞는 학생만 선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종교 수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심을 맡은 김영란 대법관이 “학교 입장에서 종교 교육의 자유는 한계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원고 측 변호인은 “종교수업을 받고 싶은 학생들은 받게 하되 그 시간에 대체 과목을 편성해 종교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했다.

2005년 1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학교 측이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생이 갖는 신앙의 자유는 학교를 설립한 종교단체가 갖는 선교나 신앙실행의 자유보다 더 본질적이며 인격적 가치를 지닌 상위의 기본권”이라며 “학생의 기본권이 더 존중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기독교 전통 등에 비춰볼 때 학교 측이 강씨의 행복추구권, 신앙의 자유, 학습권을 사회적인 허용한도를 넘어서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