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입학사정관제 안착되면 ‘大入완전자율화’ 실현”
입력 2010-01-21 21:31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1일 본보와 가진 단독인터뷰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시했다. 안 장관은 특히 EBS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획기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교육 현장에 EBS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대입자율화와 교원평가제, 위 프로젝트 등 주요 교육 현안에 대한 정책방향도 소상히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교육비 경감 방안이 뭔가.
“먼저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입학사정관제, 교원평가제, 교과교실제와 수준별 맞춤형 교육 등은 모두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다. 그렇게 하고도 발생하는 사교육의 수요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다. 이를 위해 EBS와 방과후학교의 역할을 강화하겠다. 특히 EBS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려고 한다. 획기적 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다. EBS만 열심히 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면 굳이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
-EBS를 보기만 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에 문제없게 하겠다는 건 무슨 뜻인가.
“현재 수능의 EBS 반영률(직접 연계율)이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30%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를 70% 정도까지 끌어올리면 학생들이 EB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일선 학교에 IPTV가 100% 보급돼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EBS 강의를 언제든지 골라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EBS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전국 각지의 우수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EBS를 통해 제공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EBS 강의의 질도 좋아야 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해져야 할 텐데.
“영역별 최고 수준의 스타 강사를 대거 영입할 것이다. 이를 위해 스타 강사 우대 정책을 펼 것이다. EBS 교재가 많이 팔리고 있는데 앞으로 교재를 집필한 강사에게 인세를 지급하겠다. 강남인강(강남구청 인터넷 수능 방송)이 성공했는데 EBS에서 명성을 얻은 강사들이 그쪽으로 많이 갔다고 한다. 앞으로 EBS가 강사 예우도 (사교육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할 것이다. 지방교육재정특별교부금을 많이 배정해서 EBS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
-2012년까지 대입을 완전 자율화하겠다고 했던 현 정부의 공약은 남은 2년 동안 어떻게 추진되나.
“대입 완전 자율화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이룰 생각이다. 과거처럼 본고사를 허용하면 사교육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가 안착되면 대학들이 본고사를 보지 않지만 학생 선발권은 보장받게 된다. 입학사정관제에서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토플이나 경시대회 입상 성적, 영어 면접은 배제되도록 기준을 만들겠다. 자기소개서나 증빙서류를 영어로 기술하게 하는 것도 금지시키겠다. 올해 대학별 입학사정관제 지원 규모를 결정할 때는 이 같은 사교육 유발 요소를 평가할 계획이다.”
-3불(不) 정책 중 나머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에 대한 견해는.
“고교등급제가 시행되려면 전국 고등학교를 1등에서 꼴찌까지 줄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교과부는 추호도 그럴 의사가 없다. 학업성취도 평가나 수능 성적 공개가 지난해 처음으로 이뤄졌지만, 이것이 고교등급제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향후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에서도 아주 조심스럽게 다룰 것이다. ‘성적 상위 100개교 순위’ 등과 같은 자료는 공개되지 않는다. 기여입학제는 학생의 능력과 관계없는 요인으로 선발하는 것이어서 우리나라 정서와는 맞지 않다.”
-3월부터 실시되는 교원평가제에서 동료교사 평가가 온정주의로 흘러 공정한 평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런 우려는 충분히 알고 있다. 교원평가제가 각 교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동료를 돕고 학교를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교사 연수를 강화하겠다. 학업성취도 평가도 처음에는 점수 부풀리기 등 문제가 많지 않았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에 대한 지원책으로 활용되니까 학교들이 이제는 솔직하게 임하고 있지 않나. 교원평가제도 그렇게 안착할 것이다. 교원평가제는 인사와 연계시키는 방안으로 점증적으로 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우수 교사는 안식년 혜택을 받게 되고 평가가 나쁜 교사는 심화연수를 받게 되는데 각각 그 대상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의 규모가 될 것이다.”
-교장공모제 등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직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교직은 진입장벽이 높은, 폐쇄적인 체제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반(半)개방 체제로 갈 것이다. 교사자격 취득과정이 지금처럼 폐쇄적이면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교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유능한 외부전문가가가 교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경로를 다양화하겠다.”
-지난해 국민일보와 교과부는 ‘교육, 희망을 말하다’ 공동캠페인을 통해 위기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위(Wee) 프로젝트가 아무리 좋아도 알려지지 않으면 활용될 수 없다. 위기학생 문제만큼은 교과부가 하는 일의 절반 정도는 국민일보가 대신 해줬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 지지해주고 있기도 하지만 위기학생들을 잘 지도하고 선도하는 것은 국가 전체의 건전성, 장래성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잘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을 소홀히 한다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좀 더 대대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일반예산이 아니라 특별교부금으로 처리하게 돼 안타깝다. 앞으로 일반예산에 포함시키고 위클래스, 위센터, 위스쿨을 계속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위 프로젝트 정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세종시의 주민과 자녀들을 위한 초중등교육 지원방안은 무엇인가.
“세종시가 다른 지역보다 특별한 교육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초중등학교의 보통교육 기반이 잘 깔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바탕 위에 자율고나 특목고, 국제고 이런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특목고를 유치하더라도 인근 지역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특목고나 국제고가 세워질 경우 현지 주민 자녀에게 입학정원의 30% 정도는 할당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세종시 인근 대학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세종시에 대학원이나 학부 등을 개설하는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요청이 오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다.”
-교수 성과급제도가 도입되면 개인별 연봉차이가 얼마나 나게 되나.
“성과급보다 교수인건비총액제를 주목해 달라. 올해 제도화해서 내년부터 실시하겠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교수들에게 엄청난 자극이 될 것이다. 국립대의 경우 인건비로 총액을 얼마 주면 그 대학이 알아서 개별 교수 역량에 따라 연봉을 책정할 수 있다. 어떤 학교는 ‘조교수를 더 많이 쓰겠다’, 어떤 학교는 ‘교수 수를 늘리겠다’고 할 수 있다. 성과급은 인센티브인데 올해 1∼2월 중 시범 운용할 것이다. 그동안 교수들이 기계적으로 봉급이 올라가고 2년 있으면 호봉이 올라가고, 5년 있으면 부교수가 되는 식이어서 (경쟁의) 무풍지대였다. 1년에 논문 한두 편 써도 된다, 뭐 이런 식이니까 자극이 없다.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매너리즘에 빠진 교수들을 자극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 대학들이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봤는데 자산건전성 강화 방안이 있는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유가증권에 투자해 원금의 절반도 못 건진 사립대학이 중앙대, 아주대, 숭실대 등 12개 대학이다. 하지만 손실금액이 전체 투자금액 7415억원의 4.8%(359억원)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많이 회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대도 금융위기 때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들었다. 감독보다는 대학자율에 맡길 일이다. 다만 교과부는 대학 예산운용의 투명성 강화에 신경을 쓰겠다.”
-1년 전 대대적인 1급 물갈이 인사로 정부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낳았고 이후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부처통합 2년이 지나도록 조직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장관을 맡고 보니 개혁성향이 부족한 조직이라는 게 문제였다. 과거 교육인적자원부 출신과 과학기술부 출신끼리 서로 자기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잡음이 많아 융합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작심하고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고 조직도 개편했다. 교육과 과학출신을 교차 배치하는 융합인사도 병행했다. 적재적소의 인사가 되도록 했다. 개혁과 융합, 적재적소 3가지 인사원칙은 올해도 지켜나가되 지난해와 같은 대폭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인사가 될 것이다.”
전석운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