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놓고 법원 내부통신망서도 격론
입력 2010-01-21 18:28
의정부지법 포천시법원 임희동 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대법원에서 우리법연구회의 목적과 활동을 조사해 외부에서 염려하고 오해될 소지의 모임이라고 판단되면 해체를 권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학술 모임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첫 회의에서 해체를 주장하는 등 우리법연구회는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임 판사는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하며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독립, 법관의 신분보장은 헌법이 보호하는 가치이므로 누구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우리법연구회는 잘못하면 법관들이 사사로이 모여서 세력화할 염려가 있다는 우려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술활동이 목적이라면 코트넷에 등록하고 공개리에 활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법연구회 전 회장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1일 임 판사의 글에 댓글을 달고 반박했다. 문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는 이미 코트넷에 학술단체로 등록돼 있다”며 “헌법 형법 노동법 등 실정법을 주로 연구하는 모임”이라고 밝혔다. 또 “박일환 법원행정처장도 지난 19일 국회 법사위 보고에서 ‘우리법연구회는 학술연구단체로서 해체하라 말라 요구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올해 회원 명단이 첨부된 우리법연구회의 논문집 6권이 발간되면 학술연구단체로서의 성격도 더욱 분명해진다는 게 문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제2차 사법파동 당시 신군부가 임명한 대법원 수뇌부 개편을 촉구했던 진보 성향 판사들이 만든 학술 모임이다. 현재 판사 120여명이 가입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박시환 대법관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가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강기갑 의원과 PD수첩 사건 판결을 한 판사들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 아닌데도 주목받고 있다”며 “시국사건에 우리법연구회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판사는 “우리법연구회가 최근 정치권의 비판을 받으며 공개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이제까지는 배타적인 모임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우리법연구회 스스로 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