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허태열↔박순자… 與 ‘수정안’ 치고받고

입력 2010-01-21 18:29

한나라당이 세종시 관련 당론 변경 문제를 놓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당론 수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정몽준 대표와 이에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연일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이-친박계 중진들이 공개 설전을 벌이면서, 내홍은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정 대표는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느 한 사람의 의견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폐쇄적이고 비민주적 구조로 돼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의 대안 발표 이후 시간이 꽤 지난 만큼 지금부터라도 당내 의견수렴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어떻게 결정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토론한다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며 당론 변경 논의 불가 의사를 밝힌데 대한 재반박인 셈이다.

그러자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이 곧바로 정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허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세종시 원안 추진) 공약을 했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확인했고, 당 지도부에서도 얼마 전까지 재·보선에서 ‘세종시 원안추진’ 공언을 수차례나 했다”면서 “무슨 당론을 다시 확정하자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허 최고위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친이계 박순자 최고위원이 “우리 당에서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중에 무엇이 더 나은가를 놓고 품격 있는 토론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며 “서로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한번 되는 방안으로 생각해보고 노력도 해봐야 한다”고 그를 비판했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세종시 당론 변경은 물론 수정안 국회통과에 대한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중립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잘 뭉쳐있는 친박계를 40여명이라고 봤을 때, 수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30여표가 더 필요하다”면서 “무소속 외에 야당 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과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정안이 진통 끝에 당론으로 확정돼도 의원들에게 강제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의원은 “설사 당론으로 결정된다 해도 구속력 있는 강제적 당론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처리 시점도 4월 임시국회나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핵심 당직자는 “당내 친박계의 반발과 법안 검토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생각했을 때 당장 세종시 수정안 처리는 어렵다”면서 “결국 당사자인 충청도민과 국민들의 여론 변화 여부가 수정안 처리 방향과 시점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다음주 초 공식 입법예고 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은 입법예고 후 최소 20일간의 의견수렴 절차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말쯤 국회에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정안은 폐지 후 특별법 형태의 대체입법보다는 개정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윤해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