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손병호] 이재오 낙선운동 선언한 ‘박사모’에게

입력 2010-01-21 18:25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 21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오는 7월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 출마할 경우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은평을 지역에 사무실을 구했고 다음주에 개소식을 연다고 한다.

정치인에게 팬클럽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팬클럽이 대통령 당선에 큰 도움을 줬다. 금방 눈에 보이는 대가 없이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고 홍보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인 팬클럽 회원들은 대체로 보통 사람들보다 더 열정이 넘치고, 또 봉사의 마음가짐도 남다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팬클럽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응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반대진영 인사를 ‘정치적 살해’ 하려는 것은 팬클럽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되면 이미 팬이 아니라 해결사나 행동대장에 다름 아니다. 또 엄연히 은평을 유권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팬클럽 회원들이 특정 지역구에 낙하산식으로 뛰어들어 특정인의 당락 문제를 쥐고 흔드는 게 합당한 일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정적이라고 해서 갖은 방식을 다 동원해 무조건 제거하겠다는 태도 또한 우려스럽다. 나라 수준이 그 정도 되면 ‘정치’는 사라지고 ‘실력행사’만 남게 된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여러 차례 “경제 자체보다도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당한 지적이다. 그런데 의회 진출 여부를 특정 팬클럽이 좌지우지한다면 그 나라의 국격은 어떻게 되겠는가.

앞으로 국민들에게 박사모의 활동 내역은 고스란히 박 전 대표의 이미지로 각인될 것이다. 박사모가 좀 세련돼지기를 바란다. 그게 박 전 대표를 돕는 길이다.

손병호 정치부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