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갈등, 정치공방 넘어 이념대결
입력 2010-01-21 21:44
최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 MBC ‘PD수첩’ 무죄 판결 등으로 격화된 사법 갈등이 정치 공방을 넘어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이념 대결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과격 보수단체 회원들이 21일 출근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관용차에 계란을 투척하는 사건까지 발생, 이념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이 한계수위를 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공식 요구하고 형사 단독재판부를 겨냥해 집중 공세에 나서 정치권과 사법부의 갈등 역시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나회 비슷한 사조직이 법원 내에 있어 집단적 움직임을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우리법연구회는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표현, 우리 사회에 포퓰리즘적 주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도 “우리법연구회는 회장이 직접 ‘이제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법관도 탄생하고 우리가 지지하는 대법원장도 탄생했다’는 글까지 썼다고 한다”면서 “집단적이고 세력화된 조직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문제”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번 사태의 책임이 진보 성향 판사들을 제재하지 않는 이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우리법연구회 해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모임의 성격상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하라, 말아라 지시하는 것은 무리”라며 “우리법연구회가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강제적으로 해체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나름대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오석준 공보관은 대법원장 관용차 계란 투척 사건과 관련해 “각자 처한 입장과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비이성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귀남 법무장관은 검찰에 복무기강 확립 지시를 내렸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상 처음 화상회의로 진행된 전국 검사회의에서 검사들의 일치단결을 주문했다. 이 회의에는 검찰 수뇌부와 전국 1700여명의 검사가 동시에 참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PD수첩 무죄 판결에 불복,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명동성 변호사는 최근 사태에 대해 “국민들은 자정작용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면서 발전해 왔다”며 “이 사태를 가까이서 보면 비정상적일 수 있지만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혁상 이제훈 노석철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