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오바마, 개혁 속도조절?

입력 2010-01-21 21:27


상원선거 패배 비난화살… “정책 궤도수정 불가피”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이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특별선거 패배의 책임론에 휩싸일 조짐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문제들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민주당 선거전략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는 당초 예정했던 개혁정책들에 대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럴 경우 민주당에서 노선을 둘러싼 내부 파열음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은 오바마 행정부의 중장기 계획들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갖고 있는 이민법안, 금융개혁법안 등도 내부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 추진과 의회 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게 미 국민들에게 반감을 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언론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경제회복과 고용문제인데 이들 이슈가 건강보험 문제에 밀려 있다는 인상을 주게끔 한 게 오바마 대통령의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강경한 백악관 참모들도 책임론 화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올인 전략의 중심에는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과 데이비드 액설로드 선임고문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중반부터 각 장관들에게 건강보험 외에 다른 어느 것도 현안으로 만들지 말라면서 강하게 밀어붙였다. 민주당 내 반대 의원들의 각개격파도 이들의 몫이었다.

민주당은 당장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략이 다급해졌다. 지난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던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다시 붙잡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만 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선거결과와 관련, ABC방송 인터뷰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지 못한 점이 실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가지 후회스러운 게 있다면 급박한 위기를 다루며 일이 제대로 되게 하는데 너무 바빠 무엇이 진정한 가치인지 등에 관해 국민들과 직접 얘기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에 집중하고 합리적 결정을 내리면 국민들이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취임 2년차엔 국민과 보다 잘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은 1년 전보다 강한 위치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