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혼탁’ 조합장이 뭐기에… 막강 권한에 물·불 안가려

입력 2010-01-21 21:55

금품 살포, 음식물 제공, 상호비방에 마취총 위협까지…



농협·축협·수협의 조합장과 임원 선거가 과열되면서 부정과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4년 임기 조합장 선거는 지역별로 매년 치러지지만 올해는 특히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혼탁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과열 양상=부산지검은 부산 강서구 A농협 조합장 후보로 나선 B후보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후보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대저1·2동 대동회 때 통별로 5만원 상당의 돈봉투 270여만원을 돌린 혐의다.

전북도 선관위는 축협 조합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음식물 등을 제공한 혐의로 전주김제완주축협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C후보와 이 축협의 임원 D씨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20만∼30만원씩 담긴 봉투를 조합원 3명에게 전달한 혐의로 조합장 후보 A씨에 대해 조사 중이다.

강원 강릉경찰서는 불법 개조한 마취총에 산탄을 장전하고 위협한 혐의로 최모씨를 입건, 조사 중이다. 최씨는 지난 16일 오후 4시30분쯤 강릉시 모 주점에서 모 농협 감사인 C씨에게 임원 출마 포기를 권유했으나 거절당하자 마취총으로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전이 과열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투명하고 공명한 선거를 위해 단속 역량을 총동원해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단속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조합장선거에서 돈 선거 관행은 6월 지방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후보자의 매표행위, 유권자의 금품 기대심리 등을 근절해 공명선거 분위기를 조기에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장이 뭐길래=임기 4년의 조합장에 당선되면 웬만한 기관장 못지않은 명예와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조합장은 해마다 5000만∼8000만원의 급여와 성과급에 거액의 판공비와 유류지원비, 활동지원비 등을 받는다. 또 조합 직원의 인사를 비롯한 예산과 각종 사업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 여기에 자금의 조달과 공급, 예금과 적금 대출 등 금융 업무를 총괄한다. 농협 관계자는 “읍·면 단위를 통틀어 실질적으로 가장 힘이 센 기관장이 농·축협 조합장”이라며 “지역에서 누리는 권한이 대단한 만큼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합장 자리는 지방의회 등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지자체 단체장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올해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후보자들이 지방의회나 단체장에 뜻을 둔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손을 잡고 세불리기에 나서 조합장 선거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국 1181곳의 농·축·인삼협 가운데 올해 선거를 치르는 곳은 전체의 45.2%인 534곳이나 된다. 이 가운데 462곳이 3월까지 조합장의 임기가 끝나 이미 선거를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다.

전주=김용권, 부산=윤봉학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