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프랭스서 구호활동 펼치고 귀국한 조현삼 광염교회 목사
입력 2010-01-21 17:55
“무엇이 아이티로 이끌었냐고요?
거기 사람이 있잖아요, 도움 필요한…”
아이티에서 구호 활동을 벌인 조현삼(광염교회·사진) 목사 등 4명의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원들이 21일 새벽 귀국했다. 이들은 지진이 발생한 13일 현지로 떠났으며 3박4일 동안 아이티에 머물며 구호 활동을 펼쳤다.
조 목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여러 재난 지역을 다녀보았지만 이번처럼 현지 상황이 처참했던 것은 처음”이라면서 “도시 전체가 내려앉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저기 널려 있는 시신들이 청소용 중장비에 의해 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웠다”며 떠나기 직전까지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는 악취가 진동해 코를 막지 않고는 다닐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이티에 가장 시급한 것은 구호품 전달이지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말했다. “구호품을 실은 차를 밖으로 몰고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엔과 도미니카공화국 등 모든 나라에서 구호품을 적극적으로 나누려 하지만 일반 트럭에 구호품을 싣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아이티 돕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조 목사는 “정말 감사할 일”이라면서 “귀한 성금이 현지에 잘 배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선교사 등 현지와 연결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부족하기 때문에 자칫 성금만 보낼 경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금을 잘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그동안 재난 현장에서 ‘돈을 잘 사용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현지에 연결될 수 있는 분이 워낙 적습니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에 대해 깊이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현지로 떠나기 직전 조 목사는 심한 감기로 고생하고 있었다. 또한 제설 작업으로 한쪽 손도 잘 못 쓰던 상황이었다. 처음엔 팀원들만 보내려 했지만 공항에 도착해 함께 떠날 것을 결정했다. 무엇이 그를 위험 많은 아이티로 떠나게 만들었는지 물었다.
“거기 사람들이 있잖아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라는 소리가 들리니까 다른 팀원들만 보내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에 가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도를 통해 가슴 졸이고 있는 것보다는 위험할지라도 그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편이 훨씬 마음 편했습니다.”
“하나님은 가난과 재난으로 헐벗은 아이티에 왜 이 같은 엄청난 지진을 허락하셨을까요”라는 질문에 조 목사는 “재난의 원인 규명은 저의 몫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해야 할 몫을 찾아 감당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