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성금 1억 내놓은 얼굴없는 천사 “성경 구절은 삶의 나침반”
입력 2010-01-21 21:43
아이티 대지진 피해자를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선뜻 내놓은 익명의 기부천사(본보 20일자 29면 보도)가 화제다. 어렵게 연락처를 알아내 20일 오전부터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익명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거듭한 뒤에야 21일 기부자와 길지 않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별일도 아닌데 번거롭게 해 죄송할 따름입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는 마태복음 6장의 말씀을 얘기했다. 그는 마실 물이 없어 고생하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아이들과 국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기부도 그동안 익명으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고, 티를 낼 일도 아니라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이 나기 전까지 아이티라는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그곳의 참상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뒤 마음이 찢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내 일처럼 가깝게 느껴졌다”며 “아이티 사람들과 고생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고통 받는 것을 생각하면 1억원은 큰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일로 기자와 대화하는 게 부끄럽다는 그는 통화 내내 전화를 끊으려 애썼다. 결국 “앞으로도 익명으로 기부할 것이니 다시는 찾지 말라”고 사양하며 전화를 끊었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