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또 구단 손 들어줘…연봉조정신청 인식전환 필요
입력 2010-01-21 17:16
롯데 투수 이정훈(33)이 결국 연봉조정신청에서 패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연봉조정신청위원회를 열고, 8000만원의 연봉을 요구한 이정훈 대신 7200만원의 연봉을 제시한 롯데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연봉조정신청 과정은?=이정훈은 지난 11일 KBO에 연봉조정신청을 냈다. 지난해 57경기에 등판해 1승3패 8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한 그는 8000만원(2009년 연봉 3600만원)을 요구했고, 롯데는 협상과정에서 6600만원을 제시했다.
이정훈이 연봉조정신청을 내자 구단은 7200만원(100% 인상)까지 제시액을 올렸다. 구단 판단으로도 2009 시즌 이정훈의 활약은 100% 인상 요인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정훈은 “한 푼도 양보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상일 사무총장과 최원현 고문변호사, 김소식 전 일구회 회장, 박노준 SBS 해설위원, 김종 야구발전연구원 원장 등 5명의 연봉조정신청위원회 위원들은 이정훈의 연봉을 7200만원으로 결정했다.
◇연봉조정신청 인식의 전환 필요=이정훈까지 19차례의 연봉조정신청에서 선수가 승리한 경우는 지난 2002년 당시 LG 선수였던 유지현이 유일했다. 선수보다는 구단이 제시하는 데이터가 훨씬 종합적인데다 KBO로선 이사회를 구성하는 각 구단들의 입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연봉조정신청을 내는 것, 그리고 결정이 나오기까지 구단의 압력을 버텨내기가 어렵다는 점. 지난 해에도 두산 정원석과 삼성 박한이가 연봉조정신청을 했으나 두 선수 모두 하루도 버티지 못한 채 이를 철회하고 구단 제시액을 받아들였다.
이정훈 역시 팀의 주축 불펜 투수임에도 20일 출발한 팀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됐다. 선수협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선수협 상조회장 롯데대표)한데 따른 ‘괘씸죄’까지 포함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19전 1승18패의 승률, 게다가 각종 불이익까지 당하는 사례를 본 선수들로선 더욱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선 선수가 규약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할 수가 없다. 연봉조정신청 자체를 항명으로 받아들이는 구단들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