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마을, 동물도 혹독한 겨울나기

입력 2010-01-21 17:43


눈 덮인 강원도 산골마을에 인적은 드물다. 대신 동물 발자국이 무성하다. 먹이를 구하는 들짐승들이 마을 근처로 내려온다.

철원군 산간마을을 차로 달리다 보면, 길옆으로 두루미 꿩 고라니 등을 숱하게 만난다. 차도로부터 10m도 안되는 거리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자동차가 지나가도 꿈쩍 않는다. 차문을 열고 사람이 내리면 그제야 달아난다. 두루미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때, 고라니가 눈밭을 차고 튀어오를 때, 겨울의 정적은 잠시 깨진다.

오대쌀 생산지로 유명한 철원평야는 겨울 철새 도래지다. 갈말읍 문혜리에서 ‘겨울의 진객’ 독수리 떼를 만났다. 부리와 다리 일부를 제외하고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독수리 100여 마리가 하얀 눈밭에 앉아있는 모습은 겨울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진경이다. 날개를 펴면 2m나 된다. 근처 고깃집 주인이 고기 몇 점을 던져주니 독수리 수십 마리가 달려들어 싸운다. 닭싸움과 흡사하다. 생존경쟁 앞에서 ‘하늘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하다.

인제군 진동리에서는 삵을 보았다. 아침 10시쯤 진동계곡 얼음판 위를 어슬렁거리는 놈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진동계곡 내 아침가리 골짜기는 수달의 서식처. 진동리 마을 표지판에도 수달이 그려져 있다.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는 집짐승들도 위협한다. 진동리 둥지산장에서는 닭 세 마리가 얼어 죽었다. 철원군 정연리에서는 5년 전 겨울에 소가 얼어 죽었다. 집짐승은 굶주린 들짐승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겨울나기가 힘든 건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