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에 걸쳐 찾아낸 행복의 비밀

입력 2010-01-21 17:49


행복의 조건

무리한 다이어트로 거식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린 한 요가강사는 다시 정상적인 삶을 찾게 되기까지 “행복하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행복은 거저 얻어지기보다 노력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70여년에 걸친 성인발달연구를 통해 행복의 비밀을 밝혀냈다. 하버드대 2학년생 268명, 서민 남성 456명, 천재 여성 90명 등 총 814명의 평생을 추적하며 희로애락의 원인을 탐구한 것이다.

실험을 이끈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 의대 교수의 결론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다. 얼핏 진부해 보이지만 분석틀을 보면 이게 쉽지 않은 접근이었음을 알게 된다. 연구팀은 부(富)나 학벌 명예가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기보다 자기 절제와 건강, 친밀한 인간관계 등 우리가 통제 가능한 조건을 갖춰감에 따라 행복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는 814명의 인생이 증명한다.

연구팀은 행복의 조건 중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장 강조한다. 교육연수(평생교육), 안정적인 결혼생활, 비흡연(45세 이전 금연), 적당한 음주(알코올 중독 경험 없음),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 등 7가지 조건 중 5∼6가지를 50세까지 갖췄다면 80세에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유년시절은 불행했으나 성인이 되서 행복을 찾은 수잔 웰컴의 인생은 성숙한 방어기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수잔의 엄마는 딸이 벌어온 돈을 갈취하곤 했다.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수잔은 고통을 이타심으로 승화했는데 이는 그녀가 펼친 꾸준한 봉사활동에서 드러난다.

반면 외적인 조건은 좋았으나 술에 빠져 불우한 노년으로 생을 마감한 빌 로먼은 금주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그 외에도 정신병 어머니와 학대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짐 하트가 평생의 동반자 줄리아를 만나 성숙한 인격체로 발전한 케이스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행복의 조건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우화와 비유, 진부한 설명을 나열해온 기존의 서적과 달리 주변에서 들을 법한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서 행복의 조건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책장을 덮고 나면 행복을 향한 강한 열망이 일고,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게 된다(1만9000원).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