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무죄 판결] 檢 “재판부가 공소사실 판단 외면”

입력 2010-01-21 00:14

검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고의적인 사실 왜곡 보도임에도 재판부가 무죄로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일 재판부의 판결문을 분석한 뒤 이례적으로 ‘검찰 항소제기 이유’라는 제목의 반박 자료를 배포하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제쳐놓고 스스로 보도 내용을 정리한 뒤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도한 것”이라며 “그러나 재판부는 다우너 소들은 광우병 의심소’라고 보도 요지를 직접 정리한 뒤 이것은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나 한국인의 유전자형에 따른 인간광우병 발병 위험성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공소사실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보도 내용을 자의적으로 정리해 허위 여부를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이 제기한 공소 내용은 법원의 판단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허위보도 여부가 쟁점인 이 사건에서 진실과 허위를 명확히 가려줘야 함에도 재판부는 PD수첩 보도가 과장되거나 제작진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표현에 불과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빈슨의 모친 발언 중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을 인간광우병을 의미하는 ‘vCJD’로 오역한 것 역시 의도적이라 볼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제작진이 협상팀 등 정부 관계자를 ‘친일 매국노’라 지칭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아예 판단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진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의 1·2심 재판부 모두 검찰의 기소 내용과 마찬가지로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신 차장검사는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은 원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민사재판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형사재판이 인정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정부의 협상 태도와 관련, PD수첩이 보도한 내용과 실제 공소사실의 다른 부분을 판단했다는 지적도 했다. PD수첩은 정운천 전 장관 등이 미국의 소 도축 시스템을 살펴보지도 않고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한 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협상을 체결했다고 보도했고, 검찰은 이 점을 기소했으나 정작 재판부는 보도 요지를 정리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