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없이 노동, 고문, 재판도 없어… 인권위 공개 北 정치범 수용소 실태

입력 2010-01-20 21:01

“옷 공급은 없어요. 기워서 입어야 하죠. 식량은 1인당 옥수수 가루 500g을 줍니다. 죄인들은 강냉이밥도 많이 먹지 못해 영양상태가 최악입니다.”(13호 수용소 경험자)

“아무리 아파도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게 규칙입니다. 수용소에서는 죽음을 맞기 전까지 은퇴하거나 노동을 면제받는 경우는 없습니다.”(14호 수용소 경험자)

“작업반에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그 사람 찾을 때까지 전부 출동합니다. 도망자를 찾으면 다 모이게 해서 총살하는 거예요. 말만 잘못해도 바로 감옥에 가둬놓고 때립니다.”(15호 수용소 경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20일 밝힌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체는 참담했다. 정치범들은 사법적인 절차 없이 징계를 받았고 의식주 상황은 최악이었다.

◇무너진 인권=인권위가 조사한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모든 정치범 수용소에서 공개 혹은 비밀 처형이 자행되고 있다. 이유는 도주와 사상 개조 불응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자동차 수리공이 실수로 차를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처형되기도 하는 등 처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은 없다. 18호 수용소 경험자는 “미신을 믿었다는 이유로 6개월간 고문당한 뒤 총살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정치범 수용소 수감기간 중 고문과 폭행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특히 수용소 내 구류시설과 조사시설에서는 어린이와 여성, 노인에 대한 가혹한 고문도 실시됐다.

수용소 수감 사유는 정치적 발언과 김일성 부자에 대한 비판, 탈북시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정일 사진을 오려 놓고 모시는 일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가족 모두가 수감되는 연좌제도 빈번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중 체포 과정에서 재판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의식주 해결도 힘들어=정치범수용소는 일반 농촌지역 주거형태와 비슷하다.

기혼자와 아이가 있는 세대에게는 일반 주택이 제공되고 공장과 탄광에는 독신자들을 위한 기숙사형 숙소도 있다.

벽지와 장판 유리문 등을 공급받지 못해 수감자들은 비닐로 창을 가리고 생활하고 있다. 전기는 제한된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고 화장실과 수도는 공동으로 이용한다.

식량과 부식은 생명을 위협할 만큼 적었다. 증언에 따르면 식량은 쌀이 아닌 옥수수나 옥수수 가루로 하루 1인당 350∼700g 정도 지급된다. 일부 수용소는 하루 160g만을 배급하기도 했다. 부식으로 육류와 어류는 거의 지급되지 않았고 간장과 된장만 제한적으로 공급했다.

반면 노동 강도는 셌다. 15호 수용 경험자 서모씨는 “작업반의 경우 하루 일과는 7시 오전 식사 이후부터 오후 5시(겨울)∼8시(여름)까지 휴식 없이 계속된다”며 “대부분 수감자들이 만성적인 영양결핍 상태에 시달리고 그 중 일부는 사망한다”고 말했다.

이불, 의복, 신발, 양말, 위생구, 생리대, 가재도구 등은 전혀 공급되지 않거나 특별한 시기에 제한적으로 지급됐다. 수감 경험자들은 “항상 물자 부족 때문에 고생하고 있으며 도둑질도 자주 일어난다”고 증언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