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무죄판결] 정운천 前 농식품부 장관 “방송책임 무시 당혹·황당”

입력 2010-01-20 21:46

조능희 책임 PD “권력의 비판과 감시 계속”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0일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언론의 자유 범위만 확대하려 하고 책임을 무시해 당혹스럽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법원이 책임을 무시하면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며 “법관 개인 성향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면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도 했다.

함께 제작진을 고소했던 민동석 전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사법부가 이념에 편향돼 휘둘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법 역사의 수치스러운 오점’ ‘판사는 법의 파괴자’ 등 격한 어휘를 동원해 재판부를 맹비난하면서 “이념적으로 편향된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등 적법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PD수첩의 조능희 책임PD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언론의 사명”이라며 “오늘 판결로 고통이 끝나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묵묵히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조 PD는 기자들과 만나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무수한 탄압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받은 것을 참아준 제작진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검찰과 일부 언론, 특정 번역가가 얼마나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했는지 자세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줌의 정치 검찰이 성실하게 일하는 1700여명 검사의 권위를 악용하고 있다”며 “PD수첩 제작진 기소에 반대해 사표를 던진 검사의 기개가 묻힐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와 마찰을 빚다 사직한 임수빈 변호사(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재판 결과에 대해 “말할 게 없다”면서도 “소신대로 이뤄진 판결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임성수 양진영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