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포 참배객 미스터리… 60년간 생일날 묘소 방문 올해는 안와

입력 2010-01-20 18:43

‘포의 건배자(Poe toaster)’가 남긴 장미꽃은 더 이상 볼 수 없나.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웨스트민스터 묘지에 자리한 미국의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묘에는 1949년부터 그의 생일이면 장미꽃 세 송이와 코냑 반 병을 놓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포의 건배자’라고 불렀다. 포의 생일은 1월 19일이다.

지난 60년간 포의 묘소에 장미꽃과 코냑을 바치던 의문의 참배객이 올해는 오지 않았다고 AP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의 팬들은 해마다 그의 생일이 되면 의문의 참배객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올해도 새벽 5시30분 제프 제롬을 비롯한 몇 사람이 포의 묘소가 있는 교회 건물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전날부터 밤을 새워 묘지 쪽을 바라보며 의문의 참배객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30년간 이를 지켜본 ‘에드거 앨런 포 하우스 박물관’ 큐레이터인 제롬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밤새 6시간을 기다렸다는 신시아 펠라요(29·여)는 “그 사람이 보고 싶어 시카고에서 왔는데 너무 실망해 울고 싶을 지경”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제롬은 “올해가 포 탄생 201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포의 건배자’가 그의 탄생 200주년을 끝으로 참배를 끝내기로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의문의 참배객이 내년에 올 수도 있다”며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7년에는 샘 포포라(94)라는 전직 광고회사 중역이 자신을 ‘포의 건배자’라고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재정 위기에 빠진 교회를 선전하기 위해 76년부터 이 같은 참배를 시작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