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南-北,완전히 남남 될까
입력 2010-01-20 18:45
아프리카 수단 남북이 20여년 내전 끝에 분리를 봉합한 지 5년 만에 다시 갈림길에 섰다.
북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은 “내년 1월 열리는 국민투표에서 남부가 분리 독립을 선택한다면 이를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19일 전했다.
바시르 대통령은 서에콰토르 주(州)의 주도 얌비오의 한 경기장에서 열린 내전 종식 5주년 기념식연설을 통해 “(집권) 국민회의당(NCP)은 통일을 선호하지만 투표 결과가 분리로 나온다면 NCP는 가장 먼저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연설한 남수단의 살마 키이르 대통령도 “2011년 국민투표에서 남부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남과 북은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계속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분리되더라도 남수단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남부에 정제시설이 세워질 때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해 보내져 북부 하르툼에서 정제되고 그곳 항구에서 수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연설에 남수단 주민들이 환호를 보내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이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남북 정치 지도자가 이례적으로 투표 결과 수용을 천명함에 따라 수단은 남북 분리 수순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 12월 수단 국회는 2011년 국민투표 관련법을 비준함으로써 법적인 길을 닦았다. 국회는 무력 충돌 중심지였던 대형 석유 매장지역 중부 아브예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남북 귀속 결정을 하도록 한다는 국민투표 법안을 통과시켰다.
남수단의 분리 독립 투표는 2005년 1월 남북 간 맺은 평화협정에 포함된 사항이다. 수단에서는 아랍계 정부군과 기독교계 흑인 반군의 전면전으로 1983년부터 22년간 아프리카 최장 기간의 내전이 벌어져 200여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평화협정은 수단 남부가 2011년까지 자치정부 형태로 운영되도록 했다. 현재 남부와 북부는 사실상 별개 나라다. 국적과 화폐만 같을 뿐 각각 외교·군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남수단의 경우 각국 주요 도시에 대사관 역할을 하는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다.
양측은 평화협정 이후에도 석유 자원을 놓고 계속 충돌했다. 지난해만 2000여명이 숨졌다.
분리 독립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정확한 남북 경계 설정과 석유 수입·배분 문제가 핵심 이슈다. 양측은 이 부분에 대해 완전한 합의를 보지 못했다. 북수단 측은 국민투표 이전에 경계선 설정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프리카 5번째 석유생산국인 수단의 석유는 주로 남부에 풍부히 매장돼 있다. 특히 대형 유전은 남북 경계지역에 자리 잡아 분쟁의 불씨가 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