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걸음마도 못뗀 한국형 앱스토어

입력 2010-01-20 20:52


스마트폰 열풍과 맞물려 국내 통신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한국형 앱스토어들이 걸음마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서비스 초기 단계임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전혀 못 미친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한 ‘T스토어’는 외형상 가입자 43만명에 누적다운로드 215만건을 기록하며 건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콘텐츠 질을 따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20일 현재 메인화면에서 클릭 한 번으로 볼 수 있는 유료 다운로드 베스트엔 ‘샤워타임, 레이싱걸의 순간 캡쳐 화보’ 같은 민망한 콘텐츠가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버젓이 올라있다. 성 관련 콘텐츠가 돈이 된다지만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여성 비키니 사진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 측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등급 설정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KT의 ‘쇼앱스토어’는 매우 한산하다. 게임, 만화가 아닌 유료콘텐츠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아직 쇼앱스토어에서 돈 내고 구입할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반증이다. KT 측은 출시 초반 활성화를 위해 무료 콘텐츠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런 상황을 KT 스스로 만들었단 점이 더 문제란 지적이다. KT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스마트폰이 애플 아이폰인 탓이다. 이들은 KT 고객임에도 쇼앱스토어가 아닌 애플 앱스토어를 쓴다. 반면 쇼앱스토어와 연동되는 ‘쇼옴니아폰’은 아이폰에 밀려 판매가 부진하다. KT로선 남 좋은 일만 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애플 앱스토어 외에 구글 ‘안드로이드마켓’, 마이크로소프트 ‘모바일 스토어프론트’ 등 경쟁자가 늘고 있다”며 “국내 앱스토어 부실로 글로벌 경쟁자에게 우리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