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종시 당론변경 인정 못해”… 당내 논의 사실상 무산
입력 2010-01-20 21:3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0일 당내 논의를 통해 세종시 당론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도부의 방침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당내 친이-친박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 시·도민회 신년 행사에 참석, “이미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토론한다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며 “수정안 당론을 결정하는 투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세종시 논의 주장은 이미 수정 쪽으로 결론내려 놓고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안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박 전 대표의 강경 입장이 당내 토론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토론을 막고 말고 등의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2005년 2월 채택된 세종시 당론의 유효성 논란과 관련, “우리 당론은 원안이라고 지도부가 몇 년간 선거 때마다 말하고 다녔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당내 논의를 거쳐 수정안을 관철하려던 지도부의 의도는 사실상 무산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몽준 대표는 이날 열린 서울 강남지역 국정보고대회에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기존 당론이 있는 게 사실이고, 정부 대안 발표 후 논의를 하자는 의견도 있으니 논의를 하는 게 집권당으로서 책무를 수행하는 일”이라며 “당론은 가장 큰 공감대를 얻을 안을 함께 찾아가자는 것으로, 민주적 절차와 방식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당권을 장악, 세종시 수정안을 폐기하고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선거를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이 같은 정면 돌파를 통해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 후보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정 대표를 겨냥해 “당이 신뢰를 잃으면 정 대표가 책임지라”고 말한 것도 조기 전대 시나리오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일부 친박 의원들도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당권 도전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조기 전대 참여에 부정적이다. 한 의원은 “친이 의원들이 세종시 문제로 똘똘 뭉친 상황에서 60명 남짓한 친박 의원을 등에 업고 당권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며 “박 전 대표가 조기 전대에 나서서 패하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