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서울 전셋값 파동 재현 우려

입력 2010-01-20 18:28


연초부터 서울지역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불과 2∼3주 만에 수천만원씩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의 전셋값 파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가 상승이 자칫 주택가격 상승으로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치동발’ 전셋값 고공행진=겨울비가 내리던 20일 오후 서울 대치동 지하철 3호선 대치역 주변. 내로라하는 학원이 몰려 있는 이곳은 ‘학군발(發)’ 전세 급등 1번지로 꼽힌다. 대치역 인근 원공인중개사 신현수 사장은 “보통 1년 중에 11월부터 이듬해 1, 2월까지는 전세물량이 딸리는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면서 “대부분이 자녀를 이 지역 학교에 보내려는 학군 수요”라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업소에 따르면 대치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79.3㎡형 전세가는 3억8000만∼4억원대, 115.7㎡형은 5억∼6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11월에 비해 평균 5000만원에서 1억원가량 오른 가격대다.

특히 대치동 미도아파트 112㎡는 지난해 10월쯤 4억원 안팎에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 4억6000만원으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최고 전세가를 보였던 2006년 4억2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개포 우성 아파트와 인근 선경아파트 전세가도 한달 사이 2000만∼3000만원씩 뛰었다.

대치동 청실공인중개사 우태희 사장은 “1100가구나 되는 청실아파트 재건축이 본격 추진되면서 연초에 전세로 들어오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면서 “학군 수요에 이어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가격을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는 19일 현재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지역 4개구에 있는 아파트 33만4394가구의 전세가 평균이 3억194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2억5224만원에서 18.34%(4970만원) 오른 것으로 강남권 아파트 전세가 평균이 3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파구에 이어 강동구, 광진구 등도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목동 대림2차 115㎡형은 이달 초 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보다 3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서울 전세난, 당분간 이어질 듯”=올 초 전세난은 연말 또는 연초에 발생하는 학군 수요뿐만 아니라 올해 예정된 강남 재건축, 강북 재개발 뉴타운 이주 수요 등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2만9079가구였지만 올해 3만6895가구로 늘었다. 하지만 연내 없어지는 아파트는 지난해 2만3647가구에서 배 이상 증가한 5만8600가구. 특히 중소형(85㎡ 이하)을 중심으로 당분간 공급 부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각에서는 전셋값 급등이 주택 매매가 상승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최근 6개월간 연속 상승하면서 이달 들어 30%대를 넘어섰기 때문. 즉 전세금 상승이 이어질 경우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심리 확산으로 주택 매매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김용준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