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 성당서 7일만에 구조… 인간은 매몰상황서 얼마나 버틸까
입력 2010-01-20 18:07
대지진 이후 1주일을 넘겼지만 아이티에서는 기적의 생환 소식이 계속 전해진다. 폐허로 변한 도시의 건물 잔해에 파묻혀 인간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19일(현지시간) 70대 노파가 잔해 더미에서 7일 만에 구조됐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에나 지지라는 이름의 할머니는 오른쪽 대퇴골이 골절된 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1주일간 성당 잔해를 떠나지 않고 기도를 해온 그의 아들은 CNN에 “나는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I never gave up hope)”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20일 “유엔은 보통 지진 이후 5∼7일이 지나면 구조팀을 철수시키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 생존한 경우도 많다”고 보도했다. BBC는 잔해 더미에 갇혀 생명을 이어간 세계 최고 기록으로 1995년 한국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만 16일 만에 생환한 박승현(여·당시 19세)씨의 예를 소개했다. 2004년 1월 이란 밤시 대지진 때는 9일 만에 90세를 넘긴 노파 샤르 바누 마잔다라니가 무너진 자택 안에서 구조되기도 했다.
줄리 얀 국제구조위원회(IRC) 조정관은 생환이 가능한 3대 조건으로 “외부와 틈새가 연결돼 산소가 드나들어야 하고, 지진 당시 다치지 않아야 하며, 물을 섭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풍 참사 때도 10일 넘게 매몰됐다 구조된 생존자들은 빗물을 받아 마시거나 마분지를 뜯어 먹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