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날개 꺾인 JAL에서 배울 것들

입력 2010-01-20 18:28

일본 경제의 상징이자 일본인의 자존심이었던 일본항공(JAL)이 그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JAL은 정부로부터 부채변제와 함께 6000억엔을 지원받는 대신 직원의 3분의 1인 1만5700명을 감원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한때 세계 3대 항공사로 꼽혔던 JAL이 이처럼 무너진 것은 유가 급등으로 비용이 증가한 반면 세계적 금융위기와 신종 플루 영향으로 수요는 급속히 줄어든 게 결정적 이유다. 하지만 유독 JAL이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것은 회사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JAL은 1987년 민영화됐지만 경영은 반관반민(半官半民)의 관치형태로 이루어졌다. 최대주주 지분이 3%에도 못 미치다 보니 주인이 따로 없었고, 자연히 정부와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였다. 정치인들의 선거공약으로 지방공항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경제성을 무시한 취항 주문은 적자노선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무계획적으로 점보기 보유비중까지 높여 비효율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노조의 난립도 문제였다. 최대노조인 JAL노조 외에 승무원노조, 기장노조 등 8개 노조가 서로 뒤엉켜 이권을 챙기다 보니 임금과 복지는 늘어나고 구조조정은 불가능했다.

JAL의 사례는 기업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JAL은 2001년 9·11 테러 이후를 비롯 3차례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지만 개혁은 지지부진했다. 주인 없는 기업의 전형적 폐해다. 경제성보다 정치인들의 이해타산에 휘둘린 것도 추락의 결정적 배경이다. 우리나라에도 수요가 없어 관리비 충당도 못하는 지방 공항들이 널려 있다. 대부분 유력 정치인들의 정략적 계산으로 건설된 애물단지다.

노조의 지나친 이익추구나 경영개입의 폐단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JAL 노조는 한편으로 관치를 즐기면서 정부 특혜와 지원금으로 온갖 복지를 누려왔다. 이제 직원들의 3분의 1은 직장을 떠나고 남은 사람들도 한겨울만큼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한다. 세상에 영원한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