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한국 유니버설’

입력 2010-01-20 19:13

버트런트 러셀은 저서 ‘철학적 농담’에서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권태를 안다는 것이라며 권태로부터의 탈출은 인간의 가장 강한 욕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 탈출구의 하나로 ‘테마파크’를 꼽는다면 지나친 일일까. 테마파크의 원조인 디즈니랜드 창립자 월트 디즈니는 사람들이 권태로운 일상을 넘어 새롭고 흥미진진한 유토피아를 보기 원했다. 그의 꿈은 현실이 돼 오늘날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에 12개 체인을 거느린 테마파크의 최강자가 됐다.

그 뒤를 쫓고 있는 회사가 유니버설 스튜디오 체인이다. 이 체인은 LA 할리우드와 플로리다 등 미국 내 3곳을 비롯, 유럽과 일본에서 각각 1곳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싱가포르에서도 개장 준비를 하는 등 공격적 행보로 디즈니랜드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디즈니랜드가 어뮤즈먼트형 테마파크에 강하다면 유니버설은 스튜디오형 테마파크에서 독보적이다.

집객력으로 볼 때 미국이 테마파크의 최대 시장이다. 전 세계의 50%쯤 차지한다. 그 다음이 일본. 일본은 도쿄 디즈니랜드와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외에 복합 리조트 랜드인 나가사키의 하우스텐보스 등 16개 테마파크를 갖고 있다. 총 입장객이 세계 50대 테마파크의 20%에 육박한다.

최근엔 중국이 테마파크의 신시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2005년 9월 홍콩의 디즈니랜드가 개장한 것을 필두로 상하이가 지난해 11월부터 디즈니랜드 건설에 들어갔다. 2014년 완공되면 홍콩 디즈니랜드와 치열하게 경합할 것이다. 이 디즈니랜드는 한국도 유치하려 애를 썼으나 결국 13억 인구를 배경으로 ‘2Disneylands in China’를 외친 중국에 뺐겼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할까. 한국이 이번엔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에 성공했다.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의 베이징과 톈진 등을 따돌린 것이다. 2014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송산 그린시티에 세워질 이 테마파크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완공되면 한국은 G20 국가 중 다섯 번째로 글로벌 테마파크를 보유하게 된다.

관건은 콘텐츠다. 테마파크는 건물과 시설만 갖춘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목표대로 연 1500만명을 끌어모으려면 보통 콘텐츠로는 안 된다. 액션 로맨스 모험 공상과학 외에 한국의 강점인 3D, 4D 애니메이션과 게임 기술을 활용한 어트랙션 개발, 특화된 이벤트와 관람 쇼 등 가능한 모든 콘텐츠로 인근 국가들의 테마파크들과 확실히 차별화해야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작업에 참여한다니 기대해 봄직하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