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하는 삶 그분 닮았네… 온가족 4명이 기독 조각가인 정관모 명예교수 가정
입력 2010-01-20 19:20
“각이 살아 있는데…. 오돌토돌한 게 입체감이 나….”
아홉 살 성빈이가 저녁을 먹다말고 메추리알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밥을 함께 먹던 할머니가 말했다.
“아니 이러다 우리 집안에 조각가 한 명 더 나오는 것 아냐? 보고 들은 게 조각이라 이 분야 용어를 곧잘 쓰네….”
듣고만 있던 할아버지도 한마디 거들었다.
“성빈이 색칠하는 솜씨가 요즘 범상치 않아. 선도 반듯하게 잘 그리고 색도 선명하거든…. 하하 고놈.”
하지만 정작 성빈이 엄마는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친다.
“아니에요. 아버지 어머니. 성빈이는 힘들고 고달픈 조각가를 시키고 싶지 않아요. 재능이 특출하거나 자기가 정말로 원한다면 모르지만요.”(호호)
원로 조각가 정관모(73·영암교회 장로) 성신여대 명예교수의 가정은 국내 미술계에서 유례가 없는 ‘화려한’ 가족사를 자랑한다. 정 교수와 부인, 딸과 사위 등 4명 모두 조각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정 교수의 부인은 홍익대와 목원대, 상명대 강사를 역임한 김혜원(69·권사) 작가이다. 딸은 홍익대와 충북대 강사인 정진아(42·집사) 작가, 사위는 부산교육대 강사인 박창식(46·예명 ‘발륜’·집사) 작가다. 모두 홍익대 미대 조소과 출신인 점도 공통점이다.
이 가족의 신앙 뿌리는 정 교수의 부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교수는 “어렸을 적 어머니로부터 외가 쪽이 일찍 복음을 받아들여 기독교 집안이 됐다고 들었다”며 “어머니가 권사였고 어머니의 형제·자매들도 장로·권사, 처의 아버지는 장로, 어머니와 외할머니, 처까지 3대가 권사 직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받은 신앙 유산은 정 교수의 자식, 손자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딸 진아씨는 부모의 뒤를 이어 기독 조각가의 길을 걷고 있다. 진아씨는 “부모님은 늘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을 강조하셨다”며 “옳은 일을 해야 하며 그것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조각가의 딸로 자란 진아씨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찬양을 열정적으로 부르는 부모의 삶을 보면서 자신도 기독 조각가가 되는 것을 소명처럼 생각했다. 딸과 사위는 가장 소중한 유산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기독교 신앙’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6일 경기도 양평 C아트뮤지엄에서 만난 네 조각가는 모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의 창조원리와 질서를 찾아내 재현하는 것뿐”이라고 털어놨다. 또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이 가정의 기초요, 이 믿음 위에 굳게 서야 행복한 가정이 가능하다”고 간증했다.
정 교수는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기독교문화예술 발전에 앞장선 공로로 ‘문화예술선교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 30∼40m 높이의 ‘성경 위에 닻을 세우는’(가제:마음의 닻)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정 교수에게 30년 미대 교수 생활의 감회를 물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예체능 계열로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곧잘 있어요. 하지만 교수 입장에서 볼 때 ‘아이 인생을 망치는 구나’ 싶어요. 머리가 좋지 않으면 예술가로 성공하지 못해요. 풍부한 창의력과 자기 예술을 완성하려는 의지가 중요하거든요.”
정 교수 가족은 신앙의 힘으로 오순도순 우애 깊게 살고 있다. 그리고 자손들도 그렇게 살길 기원한다. 신앙의 명가는 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기도와 찬양 소리에 자녀의 신앙이 절로 깊어진다.
양평=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