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무슬림 ‘알라’ 단어 사용한다고 교회 공격
입력 2010-01-20 17:38
아랍권 기독교·이슬람 모두 유일신 일컫는 말은 ‘알라’
말레이시아 남부 네게리 셈빌란주 그레이스글로벌프레어교회. 지난 19일 교회로 출근한 이 교회 데이비드 라주 목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2층 건물의 교회 창문이 모두 깨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깨진 창문은 누군가 고의로 파괴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라주 목사는 “이것은 최근 말레이시아교회들이 당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최근 말레이시아 교회가 하나님을 ‘알라’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일부 과격 무슬림들의 공격을 받은 11번째 교회가 됐다.
성난 무슬림들의 교회 공격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31일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이 가톨릭 주간신문인 ‘헤럴드’에 신(神)을 뜻하는 ‘알라’의 사용을 허용하는 판결이 내려지면서부터다.
이집트나 중동권 교회에서도 하나님 대신 아랍어 ‘알라’ 또는 ‘알라 알아압(하나님 아버지)’을 사용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 기독교인들도 하나님을 지칭할 때 알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번역할 때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알라는 오직 무슬림만의 용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88년 비이슬람 종교들은 알라를 비롯해 ‘라술(메신저)’, ‘파트와(법률적 견해)’, ‘이맘(기도 인도자)’, ‘샤리아(이슬람법)’ 등 23개 단어를 금하라고 셀랑고르 주 정부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뒤이어 말라카 등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교회는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없었다. 알라는 이미 기독교인들에게 상용화된 단어였기 때문이다.
가톨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의 기독교 인구는 대략 10%를 차지한다. 대부분 중국 화교이거나 인도 출신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말레이시아 경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서도 이들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정부의 일부 허용 방침은 이런 현실에서 나왔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무슬림에겐 어불성설이었다. 법으로 금지한 사안을 한 가톨릭 신문에 대해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무슬림은 격노했고 일부가 교회를 공격하게 된 것이다.
2800만명 말레이시아 인구는 절대 다수인 말레이족으로 구성돼 있고 이들 대부분은 이슬람교를 신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여타 이슬람 국가와는 달리 이슬람 충성도가 높은 나라로 알려진다.
최근 만난 한 선교사는 “말레이시아 무슬림은 자기 종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이라며 “경제적 번영 등으로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리더라는 의식이 많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이슬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것이 극단주의나 근본주의 계열이란 뜻은 아니다”며 “순수한 의미에서 신앙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들의 알라 단어 사용은 무슬림 입장에서는 불쾌했던 것이다.
학자들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신관(神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알라와 하나님은 엄연히 다르다고 구분한다. 삼위일체 교리만 보더라도 기독교는 유일신 개념이지만 이슬람에서는 다신론으로 보기 때문이다.
알라라는 말은 이슬람교가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었다. 그 어원이 기독교 시리얀어 혹은 아랍어 알라에서 왔고 무함마드 이전부터 사용돼왔다는 것이다.
중동 전문가인 주원씨는 “아랍어 알라는 아람어의 ‘알라하’에서 왔다는 설이 많다”며 “무함마드 이전에 아랍인들은 신의 이름을 알라로 불렀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