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심판, 성경이 폭력적이라는데… 다수를 변화시킨 힘의 원천 찾기
입력 2010-01-20 17:37
성경은 과연 폭력적인가, 비폭력적인가. 기독교인들은 왜 어떤 부류는 폭력을 지지하고 어떤 사람들은 비폭력을 외치는가.
성서고고학과 성경 본문비평, 고등비평으로 ‘역사적 예수’를 연구해온 존 도미니크 크로산은 최근 발간된 ‘하나님과 제국’(포이에마)에서 이 문제에 천착한다. 특히 현대의 로마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 그 확대경을 갖다댄다.
크로산은 “고대 로마제국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처형했는데 어떻게 우리가 새로운 로마제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그의 충실한 신자가 될 수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 저자는 역사 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통해 이른바 ‘미국의 제국화’를 꼬집는다.
성경에서 묘사되는 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저자는 성경엔 소수를 위해 힘과 폭력으로 다수를 멸절시키는 ‘노아식 해결책’과 정의, 평화를 실천하는 소수를 통해 다수를 변화시키는 ‘아브라함식 해결책’이 계속 나타난다고 말한다.
사도바울처럼 예수의 급진적 비폭력을 수용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요한계시록에서 피비린내 나는 보복적 정의를 묘사한 요한과 같은 기독교인들이 1세기부터 지금껏 있어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로마제국의 문헌과 비문을 조사하고 오래도록 로마제국을 지탱해온 이데올로기적 힘의 근간을 종교, 전쟁, 승리, 평화로 압축한다. 소위 로마제국의 신학을 도출한다.
이를 통해 “문명은 본래부터 제국적 폭력성을 지니고 있으며 제국적이지 않은 문명은 이제껏 지구상에 나타난 적이 없다”고도 단언한다. 크로산은 “노아식 해결책은 실패했고 아브라함식 해결책은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며 “결국 성경이 제시하는 것은 폭력적 하나님이 아니라 문명의 정상성과 맞서 싸우는 비폭력적 하나님”이라고 선언한다.
이 시대 기독교인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문명의 폭력적 정상성은 피할 수 없는 인류의 운명은 아니다. 우리는 변화된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데 협력하도록 부름 받았다.”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