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출신 기독청년, 사시 홈런 날리다

입력 2010-01-20 15:26


“반 꼴찌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언뜻 들으면 ‘그게 가당키나 해?’라며 비웃고 넘어갈 일. 그러나 지난해 11월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이종훈(29)씨의 특이한 이력을 보면 어느새 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씨는 고2 말까지 ‘I love you’란 뜻조차 몰랐던 ‘꼴찌’였다. 공부와 담을 쌓고 7년간 우직하게 야구만 해온 운동선수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말까지 야구밖에 몰랐던 이씨. 하지만 그는 결국 인생의 스트라이크 한 방을 날렸다.

서울 노량진 한 카페에서 20일 이씨를 만났다, ‘독한 남자’ 이씨를 만나보니 예상과 달리 푸근한 ‘순둥이’였다. 아버지 이덕윤(58·노량진 강남교회 집사), 어머니 채희병(55·〃권사)씨와 함께 나온 이씨는 이 날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잠깐 시간을 냈다고 한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기 전이라 연수원에는 내년에 들어가지만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남 1녀의 장남인 이씨는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방과 후에 항상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곤 했다. 운동을 좋아하던 아버지도 야구를 해보라고 권유해 투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중3이 되면서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고 뛰어난 후배가 많이 들어오면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막상 시작해보니 저는 야구선수로서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어요. 172㎝의 작은 키는 가장 큰 핸디캡이었습니다.”

그는 10시간을 운동해도 다른 애들이 3시간 한 것보다 실력이 늘지 않자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갑작스런 아들의 선언에 부모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끝내 아들의 뜻을 꺾지 못하고 따라 줬다. 16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를 드리던 채씨는 변함없이 아들을 위한 간곡한 기도를 이어갔다.

“늘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로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해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크게 쓰임 받을 수 있는 자녀로 성장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기도한다면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실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지요.”

수능 1년을 앞두고 6개월 만에 영어와 수학을 중3 과정까지 마쳤다. 그러나 운동만 하느라 1, 2학년 내신성적이 좋지 않았다. 결국 10월에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재수를 하게 됐다. 2년간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인하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사법시험에도 도전했다. 처음 응시한 사법시험 1차에 당당히 6, 7등으로 합격하자 그는 거만해지기 시작했다. 자만과 동시에 2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압박을 많이 느낀 그는 결국 2차를 낙방하고, 재도전한 1차마저 탈락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라는 생각도 들고 방황하는 탓에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친구들을 피해 숨어다니곤 했어요. 밤낮이 뒤바뀐 건 물론이고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었죠.”

하지만 언제나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 때문에 재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드디어 사시 도전 세 번 만에 어머니의 기도가 열매를 맺었다.

“사회적 약자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어 노동법을 선택했어요. 일단 열심히 해서 판·검사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의 선한 미소 속에서 다부진 각오가 느껴졌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최영경 기자·최규문 대학생 인턴기자(한세대 신문방송학과 1년)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