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실버영화관 개관 1년… 연 6만3000명이 찾아 관람 어르신 문화공간 자리매김

입력 2010-01-19 23:11


서울 논현동에 사는 이순녀(63·여)씨는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낙원동 허리우드 극장을 찾는다. 이씨는 젊은 시절 개봉 영화를 빠짐없이 찾아볼 만큼 영화 마니아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볼 만한 영화가 줄어들었다. 영화관 나들이가 언감생심이었던 이씨에게 ‘실버영화관’은 가뭄 속 단비 마냥 반가웠다.

서울시의 실버영화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어르신의 문화 욕구를 메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버영화관은 지난해 1월 21일 허리우드 극장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어르신을 위한 문화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하루 3번(오전 10시30분, 낮 12시30분, 오후 2시30분)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명화나 최신 영화를 골라 상영했다. 영화티켓 값은 어르신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2000원(만 57세 이상)으로 정했다.

지난 1년간 ‘자유부인’ ‘벤허’ ‘영웅본색1·2’ ‘님은 먼 곳에’ 등이 스크린에 올랐다. 상영 시간 즈음 허리우드 극장 앞에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이 줄지어 선 모습은 일상 풍경이 됐다.

1일 평균 관객은 200명 안팎으로, ‘미션’과 ‘영웅본색1’이 상영 기간인 2주 동안 가장 많은 3500∼4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1년 동안 실버영화관을 찾은 어르신은 총 6만3000여명이다.

실버영화관을 자주 들르는 이모(78)씨는 “상영 영화가 바뀔 때마다 와서 본다”며 “‘사랑하는 사람아’ ‘벤허’처럼 흘러간 옛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실버영화관은 한 민간기업의 후원으로 어르신에게 시중의 4분의 1 가격으로 영화티켓을 저렴하게 제공했다. 시는 기업의 후원 기간이 최근 만료됐지만 시 예산을 투입해 티켓 가격을 종전대로 할 계획이다.

또 어르신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실버영화관을 연중 무휴로 운영한다. 21일엔 개관 1주년을 맞아 일반에 개봉 예정인 영화 ‘하모니’ 시사회를 열고 마술쇼, LP판 음악감상 등의 이벤트도 펼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