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삼 목사의 아이티 구호 현장 2신

입력 2010-01-19 20:15


위험에 구호품도 전달 못해, 교회가 ‘안전 기도’ 나서야

아이티 사람들의 눈빛과 태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1월 17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구호품 중 먼저 의약품을 병원 몇 곳에 전달했다. 그 외의 구호품은 이재민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로 했다. 우리는 구호품을 트럭 2대에 가득 싣고 국립운동장으로 갔다. 유엔평화유지군 소속의 군인 13명이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앞뒤에서 호위해 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호품을 이재민들에게 직접 나눠주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직접 나눠줄 경우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임시 구호 캠프인 소나피 공단으로 돌아왔다. 소나피 공단은 유엔군이 경비를 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다. 우리 팀은 무엇보다도 안전을 우선하는 구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직접 분배 대신 간접 분배 방식으로 바꿔 오후에 구호품 분배 사역을 마무리했다.

배고픔에 지친 아이티인들은 지방으로 떠나는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수도를 벗어나 고향으로 떠나는 것은 단순히 배고픔 때문만이 아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이티 사람들은 수많은 폭동을 경험했다. 폭동의 과정과 결과가 어떠함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1월 18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에 긴급구호 사역을 마친 우리 팀은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유엔군 초소 앞에서 경찰이 진압봉과 방패를 들고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우리팀 일행이 탄 차가 끼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빠져나왔다.

우리 봉사단원 전원은 안전하게 국경을 넘어 도미니카공화국에 도착했다.

10년 넘게 세계의 크고 작은 재난현장을 찾아가 구호를 했지만 구호품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신변의 위험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지금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아이티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참으로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구호금이 밥이 되고, 물이 되어 갈 때까지 아이티 사람들이 견뎌줄 수 있을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아이티 사람들은 너무나 굶주렸다. 이대로 방치하면 위험하다. 이런 사실들을 누구나 실감한다. 그들을 돕고 싶다. 많지는 않지만 구호품도 있다. 하지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어설픈 배분은 구호대뿐 아니라 아이티 사람들까지 위험에 노출되게 할 수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지금 당장 그 땅과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그 땅 가운데 구호품을 나눌 수 있는 ‘안전’을 달라고 기도해야 된다. 시급하게 기도하자! 유엔이나 아이티 정부는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구호품을 배포해야 한다. 헬기를 이용, 요소요소에 구호품을 투하하는 방식이라도 상관없다. 일단 그들에게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유엔이나 아이티 정부와의 채널이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 기도하면 채널이 열리리라. 대지진 가운데 어렵게 살아남은 이들이 구호품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사랑하는 한국의 형제자매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당장 무릎을 꿇고 아이티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자.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응답하시는 그 날, 다시 힘차게 달려가 마음껏 한국인과 한국교회의 사랑을 그들에게 전하자.

조현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