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서산서도 의심… 전국 확산되나

입력 2010-01-19 22:48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제역 발생지가 경기도 포천에서 연천으로 확대된 데 이어 관리지역(반경 20㎞)을 벗어난 충남 서산에서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방역 당국은 초비상 상태다. 민족이 대이동하는 설 연휴를 20여일 앞두고 3중 포위망이 모두 뚫린 탓이다. 현재로선 서산의 구제역 의심신고 확진 결과가 전국 확산 여부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1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서산시에 따르면 전날 서산시 음암면 젖소농장에서 일부 소가 침을 흘리고 눈에 염증이 생기는 증세를 보여 구제역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서산시 관계자는 “문제의 젖소가 침을 많이 흘리지만 구제역 감염 소에서 발견되는 물집 같은 증상은 없었다”면서 “일단 간이 진단키트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말했다. 이 농가는 젖소 79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충남 서산의 의심신고는 방역 당국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당국은 최초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위험지역(반경 3㎞), 경계지역(반경 3∼10㎞), 관리지역(10∼20㎞)을 설정해 이동통제 및 살처분 등 긴급방역을 실시해왔다.

앞서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의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판명됐다. 최초 구제역 발생 농가로부터 9.3㎞ 떨어진 곳이어서 경계지역 안이지만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어서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지형 자체가 구제역의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 가축·사람에 대한 이동통제를 하지 않았고 예찰과 소독 조치만 실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형적으로 안전하고 다른 구제역 발생 농장과 역학적으로 연관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봤는데 뜻밖에 구제역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방역당국과 축산농가 모두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중앙가축방역협의회를 열고 경기도 연천의 구제역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방역대(帶)를 추가 설정하기로 했다. 이로써 구제역 방역망은 7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기도 포천시의 한아름목장과 여기서 3.5㎞ 떨어진 신북면 한우농장, 9.3㎞ 떨어진 연천군 청산면 한우농장 등 모두 3곳에 쳐지게 됐다.

또 반경 10㎞를 이동통제 구역으로 추가 설정하는 한편 축산농가마다 대형 분사기로 소독약을 살포하고 생석회를 뿌리는 등 방역에 주력하고 있다.

인접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각 지역 축산 농가들은 설 명절 대목을 맞아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한우를 살처분하거나 이동제한에 걸려 출하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연천군과 같은 생활권에 속하는 강원도 철원군은 포천 방향 43번 국도와 연천 방향 3번 국도 등 4개 도로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축산 관련 차량의 이동을 24시간 통제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는 방제단을 구성해 축산농가에 대한 긴급 소독을 실시했다. 지역적으로 연천이나 서산과 상당히 떨어진 전남 해남군에서도 가축시장 사용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구제역의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방역당국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소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돼지로 전파되고 발생지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경우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파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순식간에 방역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돼지는 소보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최고 1000배나 강하다”며 “발생지역 안쪽엔 사람이나 차량 이동이 통제되고 있지만 그 외 지역은 아직 확산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중 기자, 포천=김칠호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