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프로스포츠… 감독은 파리목숨?
입력 2010-01-20 00:43
결과만 존재하는 비정한 승부의 세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물러나야하는 프로스포츠 감독. 시즌 중이라도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프로스포츠 감독을 흔히들 ‘파리목숨’에 비유하기도 한다.
겨울철 실내 스포츠를 양분하고 있는 프로농구와 배구에서 이번 시즌 4번째의 ‘희생양’이 나왔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구단은 19일 어창선(42) 감독이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며 후임에 일본인 반다이라 마모루(41) 코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감독 자진 사퇴의 모양새를 띠었지만 성적부진에 따른 전격 경질의 성격이 짙다.
지난 시즌 중 감독 대행으로 흥국생명을 맡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던 어 감독은 1년도 안돼 현장을 떠나게 됐다. 흥국생명은 또 최근 5년 사이에 감독이 5번이 바뀌는 혼선을 빚으며 ‘감독들의 무덤’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더구나 5차례 감독 경질은 모두 시즌 도중에 단행됐다.
흥국생명은 19일 꼴찌 도로공사와의 경기서도 감독 교체의 후유증을 털어내지 못한 채 조직력이 무너지며 1대3으로 패했다. 3연패를 당한 흥국생명은 6승9패가 돼 4위 GS칼텍스에 한경기차로 추격당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10일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진준택 감독이 성적부진에 따른 건강악화로 자진사퇴, 신영철 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대한항공은 19일 LIG손보와의 경기서 3대1로 승리, 신 감독대행 체제 이후 10경기서 9승을 올리는 상승세를 탔다. 14승6패를 기록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 LIG손보와 동률을 기록했으나 점수 득실률에 따라 3위가 됐다.
프로농구 서울 SK는 지난 달 16일 김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9일 후 신선우 감독이 취임했다. 인천 전자랜드는 시즌 초인 지난해 11월 11일 10연패에 빠진 박종천 감독을 총감독으로 물러나게 하고 유도훈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도록 했다.
반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1995년 팀 창단이후 15년째 장수를 누리고 있다. 화려한 팀 성적이 있기에 가능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