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6일째… 일부 상점 문열고 택시도 영업 재개
입력 2010-01-19 21:48
“소중한 일상생활의 희미한 빛이 되살아나고 있다.”
대지진 참사 발생 엿새째인 18일(현지시간) AFP통신이 전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모습이다.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아이티 주민들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다.
우선 지진 피해가 가장 적었던 지역 중심으로 길거리 상인들이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콘플레이크부터 배터리, 장난감, 과일 등 생필품 위주다.
택시들도 경적을 울리는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아이티를 알렸고, 거리의 이발사들도 영업 활동을 재개했다. 페션빌 지역 내 주유소에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선 채 연료탱크를 채웠고, 일부 주민은 통을 들고 와 석유를 사가기도 했다. 한 페션빌 주민은 “지진 이후 사람들이 사실상 오늘 처음 정상 활동을 시작했다”며 “사람들은 연료 등을 다시 채우고 물품을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희망을 던져주는 소식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포르토프랭스의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18개월가량 된 여자 아기가 극적으로 구출됐다. 무너진 대학 건물에선 문자메시지를 보낸 맥사인 팔론(23·여)씨가 구조되기도 했다.
미국 CNN방송 의학전문기자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산제이 굽타 박사는 아이티 해안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에서 이번 지진으로 부상한 12세 아이티 소녀의 머리에서 1.2㎝ 크기의 콘크리트 파편을 제거하는 뇌수술을 집도했다. 굽타 박사는 포르토프랭스에서 지진 현장을 취재하다 신경외과 의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군 헬기편으로 칼빈슨호로 날아갔다.
미 ABC방송 건강의학전문 수석 편집자인 리처드 베서 박사도 지난 17일 한 공원의 텐트에서 산통 중인 25세 아이티 여성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아이를 받아냈다. 2001년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참사 현장을 수색했던 뉴욕 소방대원들도 아이티에서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위험은 아직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2차 참사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국제 의료봉사 단체 관계자들은 “조만간 더 심각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다.
아이티에는 지진 발생 이전부터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이 만연했고, 아이들은 영양실조 상태였다. 위생 문제도 심각했었다. 여기에 지진으로 부상자는 넘쳐나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전염병과 온갖 질환이 들끓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깨끗한 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특히 아이들이 심한 설사로 인해 목숨을 잃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식량난도 여전하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앞으로 30일 동안 1억개 이상의 비상 식량팩이 필요하다”며 각국의 계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