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가격인하 경쟁에 제조업체 “공급중단” 반발
입력 2010-01-20 00:10
대형마트들의 가격인하 경쟁이 대형마트 대 제조업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의 가격경쟁에 멍이 든 제조업체들이 할인대상 상품의 공급 중단에 나선 것이다.
CJ제일제당은 19일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햇반(210븓) 3개들이+보너스 1개’ 패키지 상품 공급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할인행사에 맞춰 제조해온 햇반 패키지 상품이 동났기 때문이라는 게 CJ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과도한 가격 인하 요구에 반발, CJ가 공급중단으로 맞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CJ 측이 햇반은 물론 대형마트가 임의로 값을 낮춰 판매하는 상품은 공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은 표면적으로는 재고 부족을 내세웠지만 더 이상 유통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들의 잇단 가격 인하로 매출이 줄어든 슈퍼마켓, 편의점, 대리점(도매상) 등이 납품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도 제조업체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슈퍼마켓이나 대리점이 납품가격을 마트와 같거나 낮은 수준으로 잡아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대형 마트들의 판매가격은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CJ가 공급을 중단한 이 상품은 210g짜리 햇반 3개 묶음을 사면 1개를 덤으로 주는 패키지 상품으로, 원래 3650원에 대형마트에 공급했다. 그러나 이마트가 지난 7일 가격인하를 선언하면서 2980원으로 가격을 낮춘 이후 현재는 2400원대로 가격이 내려갔다.
오리온도 이날 “이마트 할인 전용으로 제조한 초코파이 24개들이 상품 물량이 달려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는 생산 후 3일간 숙성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이마트엔 초코파이를 납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우유도 조건부 납품 거부 입장을 밝혔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대형마트 판매용인 2.3ℓ 제품만 할인한다면 계속 납품하겠지만, 주력 제품인 1ℓ 제품까지 할인 품목에 포함시키면 납품 거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태 고향만두는 당초 대형마트에 1228g짜리를 할인 상품으로 공급했으나 물량 부족으로 이마트 측에 1060g짜리 상품에다 증정상품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330g짜리 3개 묶음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들은 “자체 마진을 줄였을 뿐 제조업체에 꺾기(무리한 납품 가격 인하 요구)를 한 것이 아니다”면서 “마트 마진을 줄여 소비자에게 돌려주려 한 정책인데 제조업체들이 공급을 중단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