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에이미 잭슨 암참 대표] “재임 중 한·미 FTA 비준 최선”

입력 2010-01-20 00:25


‘무역협상전문가’ 사무실 치고는 의외로 아기자기했다. 33㎡(10평) 남짓한 공간에 업무용 책상과 책장, 4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가 가구의 전부였다. 책상 주변은 초등학교 교사인 남편, 두 자녀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으로 가득했다. 5살 난 딸이 크레파스로 삐뚤빼뚤 그린 가족그림도 걸려있었다.

1998년 미 항공우주국(NASA)을 그만둘 때 동료들이 선물한 롤링페이퍼는 액자에 담겨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45층. 주한미상공회의소(암참) 에이미 잭슨(46) 대표 사무실이다.

19일 만난 잭슨 대표는 수차례 “임기 내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잭슨 대표와 한·미 FTA와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잭슨 대표는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한국총괄 부차관보를 맡으면서 통신, 관세, 규제투명성 등 다양한 분야의 양자협상을 주도했다.

한·미 FTA가 체결된 뒤에는 국제무역·투자 컨설팅 기업인 C&M인터내셔널 이사로 재직하면서 한·미 주요 기업을 대표해 협정 비준을 위한 지원활동을 펼쳤다. 암참이나 미 제약회사협회 등 주요 단체에 자문도 했다.

이어 7년 만인 지난해 9월. 그는 암참 대표로 다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11월 워싱턴 도어노크(미 정계·의회 인사 방문)를 개최해 미 의회에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잭슨 대표는 “한·미 양국은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 분야는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한·미 FTA로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 정치, 군사, 경제 세 개의 기둥이 공고해지면서 양국 관계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과 비교해 한국은 ‘두드러진 변화’(remarkable change)가 있었다고 했다.

잭슨 대표는 “청계천과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은 정말 환상적”이라면서 “예전에 광화문 인근은 정부 부처만 가득해 답답하고 우울한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친구나 가족들이 모여 볼 것도, 할 것도 많은 아름다운 곳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청계천 주변과 남산 걷기를 즐긴다고 한다.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두 자녀가 청계천 분수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깔려 있었다.

한국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기업들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이미지가 해외에 잘못 알려져 있는 점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잭슨 대표는 “강경 투쟁하며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에 실리면서 마치 한국 노동운동은 모두 그렇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이 같은 오해가 한국이 더 많은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데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적인 인력에 대해선 합리적인 보상을 해주고, 비생산적인 인력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퇴출할 수 있는 ‘노동유연성’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국이 좀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규제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잭슨 대표는 “한국에선 하루 지나고 나면 새로운 규제가 생길 정도로 규제가 많고 자주 바뀐다”며 “각종 규제와 법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 전 외국인 투자기업의 관점도 포함해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한국어 과외를 받고 있다. 95년부터 2년간 맨스필드재단 연구원으로 일본 정부에 파견근무를 한 덕분에 일본어에 능통하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도 할 줄 안다.

잭슨 대표는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같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가끔 직원들과 삼겹살 회식도 한다. 지난해 송년회 때는 20여명의 암참 직원들을 전부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그 때 찍은 사진 역시 책상에 놓여있었다.

잭슨 대표는 “정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는 말에 “나는 ‘warm person(따뜻한 사람)’이란 말을 좋아한다”며 활짝 웃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