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檢 갈등 본질은 ‘근원적 시각차’
입력 2010-01-19 22:00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 등으로 촉발된 법원과 검찰 간 갈등 파장이 변호사 사회로까지 확산됐다. 이번 갈등은 법·검의 법리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권의 최후 보루를 자처하는 법원과 범법자를 처벌해 법질서를 세우는 검찰의 뿌리 깊은 시각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뿌리깊은 법·검 시각차=검찰은 기소된 사건을 심리하고 유·무죄를 가리는 법원의 판단이 검찰 쪽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무죄 선고 비율과 공소기각률은 계속 높아지는데 구속영장 발부율은 낮아지는 등 수사 및 공소유지가 갈수록 어렵다는 것이다.
2009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8년 1심 재판의 무죄율은 1.70%(23만7234명 중 4025명)로 1999년 0.74%(18만2557명 중 1347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인원 수로는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구속영장 발부율 역시 꾸준히 낮아져 2004년 85.3%였으나 2008년엔 75.5%에 불과했다.
무죄율 상승은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검찰 수사의 결과물인 각종 조서의 증거능력이 예전처럼 강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공판중심주의는 공개된 법정에 제출된 증거자료만으로 재판을 하는 방식으로 피고인의 권리 보호에 중점을 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사한 결과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풀려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유죄를 입증할 책임은 기본적으로 검사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또 검사의 주장은 법정에서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변호인과 대립하는 하나의 의견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지만 검찰은 이것도 불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19일 “수사 단계에서 꼭 필요한 영장만을 청구하고 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죄 선고가 많아지고 영장 기각이 잦아지자 검찰이 느끼는 압박감은 커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에 불복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 참고인에 대한 강제 수사와 허위 진술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변협 성명 적절성 여부도 논란 조짐=이런 가운데 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성명에 대해 민변이 대응 논평을 내는 등 법·검 갈등을 둘러싼 법조계 입장 역시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형사재판에서 적극적으로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 단체가 법·검 시각 차이에 성명 형태로 개입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주장하고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지도록 정교한 법리 검토를 거쳐 변론하는 변호사 단체가 강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을 성토하는 상황이 선뜻 이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과 경찰이 서울고법 형사7부의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에 반발해 제기한 즉시항고 사건은 대법원에 접수돼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에 배당됐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