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후 14년 만에 ‘아버지의 눈물’ 펴낸 소설가 김정현

입력 2010-01-19 18:54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자리 못잡는 50代 아버지들에 꿈을 주고 싶어…

“50대 초반, 내 또래 아버지 세대는 허둥거리며 산 것 같아요. 뚜렷한 목표도 없었고 자기 삶에 대해 정직하지도 않았어요. 그런 삶에 대해 반성하고, 꿈을 다시 이뤄보자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장편 ‘아버지’를 출간해 300만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소설가 김정현(53)씨가 아버지를 본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을 14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아버지의 눈물’(문이당) 출간에 맞춰 19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난 작가는 “‘아버지의 작가’로 이미지가 박혀 있어 가족 이야기를 다시 쓰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웠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력계 형사로 경찰에 13년간 몸담고 있다가 91년 작가로 변신한 특이 이력을 갖고 있는 김씨는 “우리 세대는 성공, 출세, 부에 넋이 나가 본질을 잃고 헛발질만 하며 살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은 이런 아버지들의 뒤틀린 모습과 고민, 그리고 가족 속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벤처연구소에 다니는 주인공 김흥기는 아들 둘을 둔 가장이다. 지방대생 큰아들과 고시 준비 중인 작은아들, 아이들에게만 관심을 쏟는 아내 틈에서 그는 겉도는 존재다. 어느 날 흥기는 친구의 권유로 공금을 유용해 주식에 투자했다가 많은 빚을 지게 된다. 벼랑 끝에 몰린 그는 다른 친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지만 돈을 빌려준 친구로부터 회사의 첨단 기술을 빼돌려 넘겨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면서 갈등에 휩싸인다.

주인공 흥기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애처로운 자화상이다.

작가는 “우리 세대들이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허둥거리며 살게 된 것은 자기 삶에 정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소설 제목의 ‘눈물’은 우리 세대 아버지들이 지난 삶에 대해 반성하고 후회하는 눈물이란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가족’ ‘고향 사진관’ 등의 소설을 간간이 발표했던 김씨는 8년 전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지내고 있다. 남북 분단의 상처를 그려낸 소설 ‘길 없는 사람들’을 쓰러 중국에 취재 갔다가 눌러앉은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가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처럼 중국의 5000년 역사를 다룬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그동안 세상을 회피하곤 했는데 올해부터는 나도 꿈을 이뤄가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