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에 맞선 MJ… 성공할까

입력 2010-01-19 21:38

세종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 간의 첨예한 대립이 18일 정몽준 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간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단순한 세종시 차원을 넘어 차기 전당대회와 차기 대권후보를 둘러싼 경쟁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물론 박 전 대표 측은 이를 조기전당대회와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 강력 부인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친이계의 당론수정 차단을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충돌이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일회용 갈등이라고 치부할 수 있으나 가시적 대권후보인 박 전 대표와 잠재적 후보인 정 대표 간에 ‘미래 권력’을 향한 갈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정 대표는 박 전 대표와 일전을 벌이며 대권후보 경쟁에 나설 수 있을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번 갈등에서 재미있는 장면 하나는 박 전 대표의 강력한 공세에 정 대표가 맥없이 대응한 것이다. 그는 “당 대표로서 찬성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은 지나친 말씀”이라고 매우 점잖게 답했다.

여기서 읽혀지는 정 대표는 전혀 ‘싸움 닭’ 기질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양김이라면 격한 어조로 맞서며 확전을 시도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거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최고 강자와 맞서 더불어 크는 것이 ‘정설’처럼 돼 왔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거물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랬다. 그러나 자칫 잘못돼 이종찬, 박철언씨처럼 몰락으로 갈 수도 있다. 정치는 승자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내가 뭘∼. 말도 못해?”라는 식으로 눈을 아래로 까는 소극적 대응은 그의 품성과 정치적 이력의 바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의 정 대표에게는 ‘싸움 닭’의 기질은 없다. 그가 갖고 있는 유한 성격도 한몫을 한다. 두 번째로 그는 지난 16년간 무소속으로 지내면서 정당 내의 역학 구도 속에서 “안 주면 빼앗는다”는 정당 내 생존방식을 체득하지 못했다. 집권당 대표 재임 4개월로 이를 배우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 세 번째로, 그에게는 당내 세력이 없다. 그는 ‘고용사장’이고 박 전 대표는 대주주다.

지지기반이 없는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와 현재 구도에서 맞서려면 여론을 타야 한다. 친 이계의 지원 아래 강력한 대중적 이미지로 박 전 대표와 맞서야 가능하다. 그러나 거기서도 지고 있다. 이 경우 그의 대권 꿈은 꿈일 뿐이다. 정 대표가 세종시라는 정글을 헤치고 차기 당권에 이어 대권주자로 올라설지는 한참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강렬 국장기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