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당론 변경절차 밟겠다” 사실상 전면전
입력 2010-01-20 00:46
한나라당 주류 측이 이번엔 당론 변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종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돼도 반대’라고 배수진을 친 박근혜 전 대표와 다시 한번 맞짱을 뜨는 모양새다. 세종시 논란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 간 갈등도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19일 KBS1 라디오에서 방송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부터 일선 당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면서 “당론을 확고하게 하고 대오를 가지런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중대한 시점에 모든 당원이 집권당의 책임을 생각하고 동지애를 발휘해 달라”고 강조했다. 당론 변경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지난달 7일 당론변경 여부에 대해 “당론을 만들어도 저는 반대한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은 “이미 결론을 내놓고 그쪽(당론 수정)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국민과 당원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주류 측이 친박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당론 변경을 얘기한 것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정면대결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시도는 박 전 대표가 점차 고립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지난 13일 정 대표의 예방을 받고 “그 이상 할 수 없는 안을 내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18일 “정부 수정안이 여론조사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끝난 얘기”라고 말했다.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20일 전체회의를 일주일 연기하면서 숨 고르는 모습도 보였지만, 조만간 친이계와 정몽준·홍준표 등 범 친이계 연합세력이 공동전선을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권 주류는 세종시 수정안을 2월 국회보다는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시간을 두고 여론전을 펼치면 박 전 대표가 반대해도 수정안을 관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깔고 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법안 처리와 관련, “현실적으로 6월을 넘겨 국회에서 처리되면 여러 가지 지장을 받게 된다”면서도 법안의 국회제출에 대해서는 “서두른다고 해도 2월말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도 한나라당 서울 강북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하는 등 ‘정치권 설득 행보’를 이어갔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는 여권 주류가 ‘박근혜 고립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강구 중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세종시 문제로 박 전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것 같은데, 박 전 대표가 이대로 당하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끝까지 버티면 승리할 것이란 자신감도 깔려 있다. 당론 변경이 친이계 마음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며, 설령 성공한다 해도 국회 표결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