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재용] 4대강 환경평가의 오해와 진실

입력 2010-01-19 18:22


지난해 국정감사 때 일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 전화를 걸어왔다. 수질 평가서 부실 논란이 있으니, 다음날 오전까지 평가서 일체를 의원회관에 가져오라는 요청이었다. 본부 입장에서는 난감했다. 문서 전체를 가져가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4대강 환경 평가서는 우선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사업타당성 문제가 다뤄진 사전 환경성 검토서와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초안 평가서, 그리고 실제적인 환경평가를 담은 본 평가서 등이다. 이 세 가지를 모두 합치면 전체 자료는 29권에 2만5000쪽이 넘는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이기에 모두 가져가는 것이 어렵다. 결국 보좌관에게 양해를 구한 뒤 평가서 가운데 일부인 낙동강 관련 책자만 우편으로 송부했다.

며칠 뒤 한 일간지에는 ‘4대강 평가서에 수질예측 결과만 들어있고, 그 기초 자료가 아예 없다’는 내용의 전문가 기고가 실렸다. 수질예측을 기초자료 없이 대충 실시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4대강 추진본부에서 일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4대강 환경 평가서를 서너 권 정도로 착각해서 발생한 해프닝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4대강 사업 수질예측 자료는 4대강 전 구간의 수문자료와 강 주변의 세세한 오염자료가 포함된다. 물론 수질예측 기초 자료는 국회에 모두 제출했다. 그 분량은 A4용지 16상자 분량이다. 4대강 수질예측이 얼마나 큰 작업이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4대강 초안 보고서가 나왔을 때 초안이 마치 평가서의 전체인 양 잘못 알려진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초안 보고서는 본 평가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소 항목 위주로 작성하면 된다. 초안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간단한 초안 보고서를 두고 생태계 현장조사는 3일 만에, 평가서 작성은 38일 만에 졸속으로 이뤄졌고 보고서 작성비용은 20억원이나 들었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수치는 본 평가서가 나오기 전에 작성된 ‘미완성’ 초안 보고서가 나왔을 때 제시된 수치일 뿐 사실과 다르다. 4대강 본부에서는 본 평가서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추가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평가서에 충실히 담았다. 현장조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물속 생태계 조사 결과도 2008년 봄과 가을에 실시한 수생태계 건강성 조사 결과를 꼼꼼하게 반영했다. 평가서 작성기간만 6개월 이상, 비용도 20억원(2단계 사업 평가비용 포함)이나 소요됐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미완성 보고서의 내용은 실무자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답답한 부분이 많다. 분명 잘못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3일, 38일, 20억원과 같이 구체적인 수치가 언론 보도를 통해 오르내리다 보니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6일 환경평가를 마치고, 기공식을 통해 4대강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4대강 사업을 평가한 대로 집행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추진본부에서는 공사가 끝날 때까지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공사가 끝난 이후에는 오히려 환경이 나아지도록 관리·감독하는 데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송재용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수질환경협력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