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장의 침묵 무책임하다

입력 2010-01-19 18:04

이용훈 대법원장이 일부 판사의 편향 판결로 빚어진 사법 불신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어색하다. 이 대법원장은 2005년 취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법과 정의에 대해 발언했다. 이번 사태야말로 사법부 수장으로서 책임감 있게 견해를 밝혀야 할 때다.



이 대법원장은 취임식에서 “사법부가 행한 법의 선언에 오류가 없었는지, 외부 영향으로 정의가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갑 의원의 국회 폭력에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판사의 판결은 법원 내부에서도 잘못된 판결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법관 출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상식과 보편적 기준에 너무나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비판에 대해 대법원은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대한 비판적인 성명이나 언론 보도가 그 한계를 넘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원론에 지나지 않는다. 최종심까지 잘못된 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고치란 말인가. 중대한 오심은 확정 판결 전이라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이 대법원장이 지금 사법부가 봉착한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사태로 이념에 편향된 법관들의 존재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불거졌다. 일부 운동권 출신 법관들은 “판결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말까지 한다고 한다. 이 총재는 “사법부가 좌편향되거나 의식화된 일부 법관의 거점이 되고 있다는 비판에 귀를 닫아선 안 된다”면서 “대법원장은 이런 비판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법관들의 사조직 문제, 이러한 사람들을 중용하는 편향적 인사 문제”를 제기했다.

과거 여러 차례의 사법파동은 사법부 독립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과 정치권에 사법부를 이대로 두어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지금 사법부의 위기는 사법권 독립이라는 방패로 막기는 역부족인 것 같다. 이 대법원장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려야 한다”고 한 과거 발언들의 의미가 부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