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형민] 출구전략 실행 신중해야

입력 2010-01-19 17:58


지난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1년 전 기사 스크랩들을 문득 들춰보게 되었다. 단기외채로 인한 외화유동성 문제, 단 두 달 만에 20% 포인트 가까이 하락해버린 생산 증가율 등 현재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얼마 되지 않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느낌은 격세지감이라고까지 할 만했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금융시장은 공황 심리에서 깨어나 지난해에 비해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여전히 경제의 불확실성은 많다.



우선, 출구전략이다. 전례 없는 금융시장 혼란을 진정시킨 전례 없는 규모의 정부지원책들이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올해 중 각종 금융지원책들을 종료할 예정으로 출구전략이 언제 어떻게 실행될지에 따라 금융시장은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가장 큰 의문점은 출구전략을 실행할 준비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금번 위기의 진원지인 미 주택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모기지담보증권 시장에서는 연준이 매입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를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 정부보증기관이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때 연준이 모기지담보증권 매입을 중단할 경우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여 이제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들 경제회복세 취약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세가 취약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고용시장에서는 취업자 수 감소세가 줄어들고 있으나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수준이다. 취약한 고용사정은 미국경제의 성장동력인 가계소비를 위축시켜 올해 경기회복세는 완만한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반기 이후 재정정책의 효과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 경제활동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경우 경제가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부실로 인한 금융권 손실 확대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는 진정되었으나 금융기관들의 부실 자산 정리는 아직 절반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금융기관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연체율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련 대출이 많은 중소 지방은행들을 중심으로 신용 위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일부 시장에서는 회복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신흥국들의 주식,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산가격 상승은 기본적으로는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 회복으로 인한 것이지만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저금리 및 유동성 확대에 기인한 바 크다.

선진국의 낮은 단기금리로 인해 수익 추구를 위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 등의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이들 국가의 자산가격과 통화가치가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였으나, 단기간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상황 변화에 따라 시장이 크게 조정 받을 수 있는 위험 역시 높이게 되는 것이다.

혼란 재연가능성 배제못해

올해에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지속하겠지만 이처럼 각종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어 시장의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저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 지난 1년간 위기를 극복해온 현 상황이다.

올해 경제운영의 핵심은 아직 남아있는 어려움과 새로 발생하는 위험성 간의 저울질이라고 하겠다. 본격적인 금리인상은 아직 이르나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이나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환율은 위, 아래 방향 모두 가파른 움직임에 면밀히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해외자금의 유출입을 예의주시하여 금융시장 안정에 노력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가 처한 경제적 상황은 엷은 얼음으로 뒤덮인 강을 지나는 것과 같아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