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로 70개 정체구간 분석] 서울 평균 시속 25.6㎞… 빠른 길 찾기 대작전

입력 2010-01-19 21:52


태릉∼여의도

지난 18일 월요일 오전 7시, 서울 묵1동 지하철 7호선 먹골역 근처 아파트. 여의도로 출근하기 위해 김용민(가명·34)씨가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차에 시동을 걸면서 첫 번째 고민에 빠진다. ‘오늘은 북부간선도로로 가볼까? 아니면 그냥 동부간선도로?’ 북부간선∼내부순환∼강변북로∼서강대교와 동부간선∼강변북로∼마포대교, 어느 쪽으로 가든 거리는 비슷하다.

동부간선도로를 택했다. 직선 도로여서 차가 많지 않으면 속도를 더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악수(惡手)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일보와 ㈜SK마케팅앤컴퍼니가 조사한 월요일 오전 7시대 동부간선 하행로(상계동∼성수대교 북단) 평균 속도는 시속 34.5㎞다. 반면 북부간선 종암IC 방향은 시속 50.2㎞, 내부순환 성산대교 방향은 시속 57.2㎞로 더 빠르다.

성수대교 근처에 다다르니 벌써 7시30분이 넘었다. 두 번째 고민을 할 때다. ‘다리 건너 올림픽대로를 탈까?’ 왠지 돌아가는 것 같다. 강변북로로 차를 몰았다. 이 시간대 강변북로 성수대교→양화대교는 시속 46.8㎞로 올림픽대로 같은 구간(시속 65.3㎞)보다 막힌다. 두 도로만 놓고 보면 올림픽대로가 낫다. 하지만 성수대교 진입로 정체를 감안하면 우열을 가리긴 어렵다. 이 시간대 성수대교 강남방향은 시속 45.9㎞다.

어쨌든 강변북로로 마포대교까지 11㎞만 잘 달리면 회사에 8시까지 도착할 것 같았다. 강변북로는 밀려 있었다. 동호대교를 지나자 속도는 더 떨어졌다. 초조해졌다. 반포대교까지는 속도를 올리지 못했다. 이 시간대 강변북로 일산 방향은 동호대교∼반포대교가 시속 29.5㎞로 가장 막힌다.

반포대교를 지나 시속 50㎞대로 올라간 속도는 갈수록 빨라져 한강대교∼마포대교에선 60㎞대로 달릴 수 있었다. 마포대교 램프에 도착한 시간은 7시46분. 이제 한 번도 출근길을 방해한 적 없는 마포대교만 건너면 회사다. 마포대교 여의도 방향의 평일 오전 7시대 평균 속도는 시속 65.2㎞다.

일산 능곡동∼서울 역삼동

같은 날 오전 7시, 이기석(가명·38)씨는 경기도 고양 능곡동에서 서울 역삼동 회사를 향해 출발했다. 월요일임을 감안하면 조금 늦었다. 행주대교IC에서 자유로와 강변북로를 타고 가다 한남대교를 건널 생각이다.

강변북로에 진입하자마자 길이 꽉 막혀 있다. 방화대교를 지나 가양대교까지 갔지만 속도는 시속 30㎞를 오르락내리락한다. 가양대교를 지나자 속도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더니 양화대교까지 회복되지 않는다.

이씨는 흘깃 강 건너 올림픽대로를 바라봤다. 차들이 제법 잘 달린다. ‘올림픽대로를 탔어야 하는 건가.’ 동작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속도가 조금씩 올라갔다. 강변북로를 택한 데 대한 후회가 누그러졌다. 건너편 올림픽대로 차량들의 속도가 느려지는 게 눈에 보였다.

반포대교를 앞두고 잠시 갈등했다. ‘다리를 건너갈까.’ 하지만 곧 다가올 한남대교를 떠올리며 참았다. ‘역시, 옳았어.’ 한남대교가 다가올수록 자동차는 속도를 올렸다. 월요일 오전 7시대 반포대교∼한남대교는 강변북로가 시속 57.7㎞로 올림픽대로(시속 48.9㎞)보다 덜 막힌다. 다리도 강남 방향은 한남대교(시속 77.8㎞)가 반포대교(시속 62.1㎞)보다 빠르다. 다리만 건너면 회사가 코앞이다. 이씨는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광화문∼과천

같은 날 오전 8시 서울 광화문 오피스텔에 사는 박원기(가명·30)씨도 차에 올랐다. 직장은 경기도 과천. 지하철을 애용하지만 추운 날씨에 요즘은 자가용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선택의 순간은 빨리 다가왔다.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이다. 직진은 남산 3호 터널, 좌회전은 1호 터널. 좌회전 차로에는 차가 길게 늘어서 있고, 마침 직진 신호다. 큰 고민 없이 곧장 내달렸다. 우연한 선택은 박씨의 출근시간을 줄여줄 확률이 크다. 월요일 오전 8시대 3호 터널 강남 방향 평균 속도는 시속 67.7㎞로 1호 터널(시속 57.3㎞)보다 빠르다.

3호 터널을 통과하자 또 한번의 선택이 박씨를 기다렸다. 반포로에서 우회전해 동작대교를 건널까, 직진해서 반포대교를 탈까. 반포대교를 선택하면 지나야 하는 우면산 터널 통행료 2000원이 떠올랐다. 박씨는 운전대를 꺾었다. 통행료가 아니라도 박씨의 결정은 나쁘지 않다. 이 시간대 동작대교(시속 70.9㎞)는 반포대교(시속 50.6㎞)보다 월등히 빠르다.

특별취재팀=태원준 강준구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