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로 70개 정체구간 분석] 영등포 양평로, 교통체증 요소 모두 갖췄다
입력 2010-01-19 21:55
왜 막히나
구도심
전국에서 가장 막히는 도로 1·3위에 오른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양평로는 구도심 한복판에 있다. 정체 구간의 한 끝은 버스중앙차로가 설치된 경인로와 만나 T자 삼거리(영등포역 앞)를 이루고, 다른 끝은 영등포시장사거리다. 시장 방향으로 한 블록 떨어진 곳엔 오거리인 영등포로터리가 있다.
이곳에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복합 쇼핑몰 타임스퀘어가 개장했다. 타임스퀘어에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CGV 영화관, JW메리어트호텔, 아모리스웨딩홀 등이 들어섰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불과 200m. 현대백화점 목동점을 포함하면 반경 3㎞ 이내에서 백화점 3사가 경쟁하는 서남부 상권 핵심부다. 이 때문에 타임스퀘어는 개장 전 두 차례나 교통영향평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주차장을 줄이고 진입로를 넓히고서야 문을 열 수 있었다.
영등포시장사거리에선 지난해 초부터 지하상가 공사가 진행 중이다. 타임스퀘어∼영등포시장사거리 왕복 6차로 중 1∼2개는 항상 차단돼 있다. 연말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평일 정체는 공사 탓이 더 크고, 복합 쇼핑몰 개장 후 주말과 일요일 정체도 심해졌다”고 말했다.
오거리
신도시엔 오거리가 없다. 대부분 바둑판처럼 설계돼 동·서와 남·북을 달리는 도로가 사거리에서 만난다. 반면 상습정체 1∼70위에는 충남대정문오거리 대전고오거리 성모오거리(이상 대전), 봉산육거리 원대오거리(이상 대구), 굴다리오거리(인천), 영등포로터리(서울) 등 오거리, 육거리가 다수 포함됐다.
오거리부터는 교통신호 운영이 사거리보다 훨씬 복잡하고 신호주기가 길어진다. 영등포로터리는 여의도, 대방역, 시흥IC·신길로, 오류IC·영등포역, 오목교·영등포시장 방향의 다섯 갈래로 길이 나 있다. 로터리 진입로에서 녹색신호를 놓치면 2분30∼2분40초를 기다려야 다시 녹색신호가 켜진다.
전국에서 가장 막히는 도로 2·4위에 오른 서울 숭인동 다산로 주변에도 오거리인 신설동교차로가 있다. 여기도 신호주기가 2분40초∼3분20초나 된다. 일반 사거리는 길어야 2분∼2분20초다.
Y자 삼거리도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 두 도로의 차량이 한 도로로 몰리는 병목 구조다. 다산로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주변의 한양공고 앞 교차로에선 을지로와 퇴계로가 만난다. 전형적인 Y자 삼거리로 항상 차가 막히며 주변 도로 정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구도심은 오거리가 많아 신호 운영이 매우 어렵다. 이런 교차로는 교통 흐름을 분산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빨아들인다”고 했다.
신호등 없는 도로가 신호등 있는 도로와 만나는 지점도 상습 정체를 보였다. 서울 가양대교 남단 화곡로가 대표적이다. 속도를 높여 가양대교를 넘어온 차들은 이곳에서 신호를 기다리느라 길게 늘어선다. 서울 신반포로도 잠원IC에서 내려온 차들이 신호대기 때문에 정체된다.
불법 주정차
오거리, Y자 삼거리, 신호등이 인프라의 문제라면 불법 주정차는 소프트웨어 문제다. 부산에서 가장 막히는 해운대구 순환로 중동사거리→중동역 구간은 중동역 근처 대형마트 앞에 택시들이 항상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린다. 해운대 신도시로 가는 길목에 불법 주정차가 겹쳐 정체가 심하다.
광주 중앙로는 인근 예술의거리에 있는 입시학원 등하교 차량과 학원 차량들의 도로변 주정차가 최대 정체 원인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왕복 6차로지만 실제론 4개 차로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라며 “단속해도 근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주변은 항상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는다. 서울 청계천로가 대표적이다. 인근 동대문시장을 찾는 이들이 세워두는 차량 때문에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한다. 종로구 측은 “주차장이 필요한데 도심이라 만들 공간이 없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태원준 강준구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
원하영 이승민 대학생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