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반토막나도 꾸준히 적립하면 기사회생 기회… 적립식 펀드,미워도 다시한번!

입력 2010-01-19 17:41


한때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적립식 펀드가 천덕꾸러기 신세다. 적립식 펀드는 연 3∼5%대 은행 금리에 성이 안차던 투자자들에게 은행 예·적금 대체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원금 절반이 날아가는 경험을 했던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복하기가 무섭게 발을 빼고 있다. 반면 펀드 전문가들은 적립식 투자라는 장점과 적립식 투자의 힘을 믿으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적립식 펀드 계좌 수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7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줄어든 계좌 수는 약 358만개에 이르렀다. 판매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계속 하락해 5개월 사이 6조2580억원이 줄었다. 적립식 펀드 가입이 절정이었던 2007∼2008년 초 매월 판매 잔액이 1조∼6조원, 계좌 수가 매월 1만∼12만개 늘었던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분석은 투자자들 생각과 반대다. 삼성증권 김남수 연구원은 “증시가 고점으로 치닫던 2007년 9월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꾸준히 적립했다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를 훨씬 뛰어넘는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9월 말부터 매달 코스피 지수에 적립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수익률은 2008년 11월 -34%까지 떨어지지만 지난해 말에는 13%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2007년 8월부터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 2호(주식) C-A’에 매달 10만원씩 꾸준히 적립투자한 회사원 김승일(38)씨는 2008년 5월 수익률이 -47%까지 추락했다가 18일 현재 11%로 기사회생했다.

김 연구원은 “적립식 투자는 투자 시기나 금액 분산으로 투자 공포와 욕심을 제어할 수 있다. 증시 상승기에 펀드를 고가 매입했더라도 하락 장세에서는 저가로 사들여 매입 평균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어 일정 수준의 리스크 관리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펀드 선택은 중요하다. 2∼3년 장기적으로 성과가 좋은 펀드를 고르는 게 안전하다.

무조건적인 장기 투자는 금물이다. 증시가 하락 추세로 전환했을 때에는 환매해서 수익을 챙기고, 증시 저점에 다시 재투자하는 등 능동적인 수익률 관리도 필요하다.

적립식 펀드 투자를 시작하는 투자자라면 국내 대표기업이나 국제 원자재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 괜찮을 전망이다. 국내 대표기업 펀드는 해당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중장기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 기조 속에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는 변동성이 심한 특성 때문에 위험관리가 쉬운 적립식 투자가 적합하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