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삼 목사 아이티 르포 2신

입력 2010-01-19 15:39

[미션라이프] 아이티 사람들에 눈빛과 태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현지 시간 1월 17일 오전 10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구호품 중에 의약품은 병원 몇 곳에 전달했다. 그 외에 구호품들은 이재민들에게 직접 나누어주기 위해 트럭 2대에 실린 구호품을 갖고 국립운동장으로 갔다. UN에 요청을 해서 지원받은 13명의 군인들이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앞뒤에서 호위를 해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호품을 이재민들에게 직접 나누는 것을 포기하고 임시 구호 캠프인 소나피공단으로 돌아왔다. 참고로 소나피 공단은 UN군이 경비를 서주고 있는 안전한 곳이다. 우리 팀은 안전을 우선하는 구호가 아이티 사람들을 돕는 것임을 함께 나누며 구호품 분배 방식을 직접에서 간접으로 바꿔 오후에 구호품 분배 사역을 마무리했다.

지방으로 떠나는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고향인 북쪽으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배가 고프다. 고향에 가면 바나나라도 먹을 수 있다. 고향으로 떠나는 또 다른 이유는 수도를 벗어나기 위함이다. 아이티 사람들은 폭동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폭동의 과정과 결과가 어떠함을 그들은 알고 있다. 여객기는 이착륙을 할 수 없지만 아이티 공항에는 하루 종일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있다. 미국에서 구호품을 싣고 온 비행기는 돌아갈 때는 자국민들을 태우고 떠난다. 사람들은 구호품 창고가 있는 소나피 공단이나 공항으로 거리로 모여들고 있다. 현지시간 1월 18일 오전 9시 30분 경 긴급구호사역을 마친 우리 팀은 아이티와 도미티카공화국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UN군 초소 앞에서 경찰들이 진압봉과 방패를 들고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는 사이에 우리 팀 일행이 탄 차가 끼었다. 다행히 그 사이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시커먼 먼지가 시내에서 치솟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시내에서 난 것이다.

10년 넘게 세계 크고 작은 재난현장을 찾아가 구호를 했지만, 구호품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신변의 위험을 느낀 적은 처음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아이티 돕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고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 구호금이 밥이 되고 물이 되어 갈 때까지 아이티 사람들이 견뎌줄 수 있을까? 현장에 있는 사람의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아이티 사람들이 굶주린 상태인 것도 안다. 이대로 방치하면 위험하다는 것도 안다. 그들을 돕고 싶은 간절한 마음도 있다. 많지는 않지만 구호품도 있다. 하지만 안전이 없다.

이런 상황 가운데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지금 당장 그 땅과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그 땅 가운데 구호품을 나눌 수 있는 ‘안전’을 달라고 기도해야 된다. UN이나 아이티 정부에서도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구호품을 배포해야 한다. 헬기를 이용해 요소요소에 구호품을 투하하는 방식이라도 도입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UN이나 아이티 정부와의 채널이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UN과 아이티 정부의 채널이 있으시다. 대지진 가운데서 어렵게 살아남은 이들이 안타까운 일로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스도인 된 우리는 시급하게 무릎을 꿇고 아이티의 안전을 구하자.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응답하시는 그 날, 힘차게 달려가 마음껏 한국교회 사랑을 그들에게 전하자.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단장>